KRX증권 지수, 지난달 기업 밸류업 발표 이후 4% 하락NH‧키움證 등 잇달아 파격 주주환원책 발표…주가 화답증권주 밸류업 추가 정책 수혜 전망…ELS 여파는 적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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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이 발표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증권주가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개별 증권사별로 주주가치를 높일만한 방안을 내놓고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증권업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가 개최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KRX증권 지수는 4%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주요 증권사들로 구성됐다.

    정부의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KRX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 1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해당 방안이 발표된 이후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대표적인 증권주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말 주가가 9020원까지 오른 뒤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12일에는 7820원까지 떨어졌다.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도 5%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증권주의 실적 기대감이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8일 "향후 1∼2년간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S&P글로벌은 특히 미국·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등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신용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실패 가능성과 유동성 위기, 그에 따른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등이 증권업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증권사들이 잇달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는 점은 증권주의 기대감을 높일만한 요소로 꼽힌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약 500억 원 규모의 보통주 약 417만 주를 매입 후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배당도 크게 늘렸다. 보통주와 우선주 주당 각각 800원, 850원의 배당을 결정, 약 2808억 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이는 전년(2458억 원)과 비교해 약 14% 확대된 수준이다.

    회사가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화답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주가가 2.90% 오른 데 이어 전일에도 6.56% 상승, 이틀 만에 10%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전일에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키움증권도 전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미 취득한 자사주 209만5345주(발행주식의 7.99%)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3분의 1씩 소각한다는 게 골자다.

    목표 주주환원율은 2025년까지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30% 이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이후에도 3개년 단위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해서 공유할 계획이다. 2023년 배당금액은 881억 원으로 확정했다. 자사주 취득액 700억 원을 합하면 주주환원율은 47%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증권업종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발성으로 그칠 줄 알았던 국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됐다"라며 "낮은 PBR과 ROE를 높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증시 전반에 퍼지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올해 금리 기간 평균값이 낮아지며 지난해까지 발목을 잡던 부동산 PF 및 해외부동산 관련 우려가 정점은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커버리지 5사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발생한 ELS 사태의 경우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배상 규모 자체는 비교적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생결합증권이 증권사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의존도를 계속 줄여온 상황"이라며 "이미 파생결합증권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에, 이 사태로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위축을 크게 우려하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