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용량' 기준 삼성 '달러' 기준'양·점유율' vs '질·수익성'
  • ▲ 김병욱 기자
    ▲ 김병욱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률을 최대 30%로 전망한 가운데 삼성SDI는 18%를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용량’으로, 삼성SDI는 ‘달러’로 집계하면서 차이가 10%p 넘게 발생했다. 이에 전자는 시장 규모 확대에 의한 성장을, 후자는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용량’ 기준 20~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금액이 아닌 용량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률을 책정한 배경에는 시장 규모 확대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개최한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최근 2년 연속 3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는 매출 기준으론 30% 이상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전기차 수요 부진, 광물 가격 급락으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용량을 기준으로 삼아 30%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올해 매출 성장세 30%가 깨지더라도 판매 용량은 30%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용량을 기준으로 채택한 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도 드러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설비투자에 약 10조9000억원을 집행해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유사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이어갈 예정인데, 용량을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외형 확장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한편 삼성SDI는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삼성SDI가 이달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18% 성장한 1850억달러(약 247조원)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윤호 대표의 방침에 따라 수익성 개선 중심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에 용량이 아닌 금액을 기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가 달러를 기준으론 삼은 배경엔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이 내포돼있다. 삼성SDI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0%, 93% 증가해 전기차 시장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성 개선을 보였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속에서도 주력 사업인 전기차용 전지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미래 기반도 확보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2024년에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비용 혁신, 신규고객 확대' 등을 바탕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