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OMC, 20일 기준금리 5.25~5.5%로 결정"연내 3차례 인하 분명히 해"… 6월 인하 우세한은도 금리 관망하다 7월께 금리 낮출 듯
  •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뉴시스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하고 금리인하가 가계부채와 물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 금리에 맞춰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가 확인될 6월 직후 금리를 낮출 거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5.25~5.5%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3월까지 5회 연속 동결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3.5%)와의 격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 3회 금리 인하 전망 유지… 파월 “인플레 울퉁불퉁 길 걸어”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시장의 관심은 점도표에 쏠렸다. 

    연준의 점도표는 FOMC 위원이 각자 생각하는 적정 금리 수준, 장래 금리 전망치 등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다. 연준의 미래 통화정책의 가늠좌 역할을 한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선 내년 금리 중간값을 4.6%로 제시해 현 정책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3차례 금리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올해 안에 0.25%포인트씩 3차례, 총 0.7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구상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이 이번 회의까지 금리 인하를 망설인 이유는 아직 물가가 연준의 기대만큼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물가 수준은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으며 이달 12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물가가 울퉁불퉁 거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이르는 마지막구간(라스트 마일) 고비를 넘길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1∼2월 물가 지표가 2% 물가 목표 달성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통화정책 사례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가르쳐준다"라고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출 수 있다고 본다”면서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연준이 '연내 금리를 낮추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런 태도로 볼 때 오는 6월 이후 잇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 ◇ 한은, 미국 금리인하 직후 인하 전망

    시장은 한은이 독자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그에 맞춰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한‧미 금리역전폭이 지금보다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환율 상승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시장은 6월 금리 인하 여부가 3~4월 물가와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과 같은 물가 들썩거림이 일단 진정되고 고용시장도 일자리수 증가폭의 의미있는 둔화가 뒤따라야 하다는 것이다. 

    물가와 금리에 대한 시각은 연준과 한은이 일치한다. 

    앞서 지난달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직후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불안한 물가상황과 연준의 금리 동결로 인해 미국은 오는 6월께, 한국은 그 이후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를 의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6월엔 열리지 않는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오는 6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한 이후 9월, 12월 각 25bp(0.25%포인트)씩 3회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0.25%포인트(p)씩 7·8월 연속 인하한 뒤 10·11월 중 한 차례 더 내려 연말까지 모두 세 번, 0.75%포인트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7월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7·8월 중 한 번, 10·11월 중 한 번, 이렇게 연내 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