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노무 외국인력보다 고숙련의 외국인력 확보 필요고용허가제에서 숙련기능인력 가능 전환 비율 1% 미만고용허가제 선발 외국인근로자 평가도 문제 있어
  •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인근 과수원에서 지난 1일 베트남 남딘성에서 온 외국인 공공형 계절노동자들이 감귤 수확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뉴시스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인근 과수원에서 지난 1일 베트남 남딘성에서 온 외국인 공공형 계절노동자들이 감귤 수확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인구감소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H-2)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들어오는 외국인력이 저숙련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됐다.

    이민정책연구원(연구원)은 2021년 1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이민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외국인력 정책이 "지방소멸위기 등 국가 장래를 고려해 보면 종합·적극적 정책이기보다 외국인력 부족문제에 대응하는데 그친 소극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정책본부(정책본부)는 법무부와 2022년 12월에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외국인력 유입체계 연구' 보고서에선, "지난 3년간 인구정책 TF에서 제기된 외국인정책 관련 과제는 공통적으로 '지역'에 정주하면서 '경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력을 필요로 한 것"이라며 방법으로 "숙련성 혹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 유입과 활용"을 강조했다.

    정부는 실제로 올해 외국인이 내국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일자리에 취직하는 댓가로 발급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의 도입 규모를 늘렸다. E-9 비자 발급 규모는 2022년 6만9000명, 2023년 12만 명을 넘어 올해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그러나 현행 고용허가제는 저숙련 노동자만 키우고,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로의 전환이 상당히 힘들다. 고용허가제는 비전문(단순노무)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는 비자인데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들 중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E-7-4)로 전환되는 인력, 즉 저숙련에서 고숙련으로 변경할 수 있는 인원은 고용허가제(E-9) 인원 중 2020년 0.39%, 2021년은 0.53%뿐이었다.

    인력 선발 과정도 문제다. 고용허가제를 신청한 외국인은 기능수준평가(기능시험·직무능력평가)를 받는데 업종안에 다양한 직종이 있음에도 평가 항목이 단순화돼 있다. 제조업의 기초기능평가 항목은 '수작업 핀 꽂기' '작업물 취급 및 걸기' 작업물 적재하기'가 끝이다. 어업의 평가 항목에는 '로프를 일정한 크기로 정리하기'란 항목도 있다.

    우리나라가 일획적인 평가를 거쳐 외국 인력을 배분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 후 특정 점수를 넘어야만 비자를 발급하는 '점수제(PBS, Point-Based System)'를 도입하고 있다.

    점수제는 영국에 들어오는 이민자를 연령·언어·경력·교육수준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나눠 5가지 부류에 배치한다. tier 1은 고숙련 인력·투자자·기업가, tier 2는 일반 숙련 인력, tier 3은 저숙련 인력 등이다. 각 부류에 맞는 비자를 받으려면 신청자가 특정 점수를 넘어야한다. 예를 들어 tier 2 PBS 비자를 받으려면 항목별 심사를 받아 70점을 넘겨야만 한다. 

    특히 기업이 먼저 외국인의 고용을 확정해야만 비자를 받을 수 있다보니 고숙련 인력이 들어오게 된다.

    또 '노동력 부족 직업군'을 선정할 때도 단순히 인력 부족의 정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숙련도가 필요한 직업인지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지 ▲이주노동자로 채우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 종합적으로 따진다. 특히 숙련도 여부는 특정 직업군이 요구하는 피고용인(이주노동자) 교육 수준을 따져 업무 학습력을 판단한다.

    정책본부는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정책은 정부가 개입해 ‘공급조절’이 가능한 대상으로서, 취업비자 외국인 중에서도 단순기능인력과 숙련기능인력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며 "3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근로자는 단순노무인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용허가제는 ‘확대’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축소’ 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