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불법 공매도로 공매도 잔고 증가하는 것 아닌가" 당국 "현물 ·공매 수량 합산 과정서 생기는 숫자 착시" 이해 쉽지 않은 공매도 잔고 수량 확인, 금융소비자 편의 고려해야
  • ▲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을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을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기대보단 우려가 큰 듯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급작스럽게 꺼낸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 자체가 총선용이라는 의혹이 많았던 터. 공매도 금지 재개 시점과 공매도 전산화 개선 방안 공개 등 중요한 스케줄이 총선 이후인 오는 6월로 미뤄졌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개미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 

    투자자 커뮤니티의 글을 찬찬히 보고 있자면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제도로서의 순기능보단 마치 자본시장의 '악귀'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그리고 의심이 현실이 된 것은 실제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다.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상습적인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일각에선 너무 과한 음모론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오랜 시간 불공평한 운동장에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를 지속해왔던 것은 정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공매도 토론회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참석한 공매도 관련 토론회는 처음으로,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와 정의적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등이 참석해 목소리를 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후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이복현 원장을 응원하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뭇 달라진 풍경임에도 필자의 눈엔 금융소비자로서의 개인투자자가 여전히 자본시장의 들러리로 여겨지고 있지 않는가 생각이 드는 대목이 있다. 공매도 잔고에 대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당국의 답변이었다. 

    정의정 대표는 "지난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는데도 공매도 순잔고가 증가했다"며 "이게 (기관의) 불법 공매도 증거"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불법 공매도를 의심한 것이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 의혹을 일축하면서 "순잔고의 정확한 표현은 순보유잔고"라며 "공매도 주문을 내기 위해 차입한 주식에서 보유한 주식을 차감해 계산한다"고 해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법이 아니라 숫자 착시에 의한 오해가 맞다. 

    공매도 잔고의 정확한 명칭은 '공매도 순보유 잔고수량(잔고)'로, 종목별로 해당 기관이 갖고 있는 주식의 수량에서 빌려와 매도한 수량을 뺀 것이다. 같은 기관이라도 펀드 운용 부서마다 현물과 공매도 운용이 달리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숫자의 착시 현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A주식 11만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10만주에 대한 공매도가 이뤄지면 순잔고는 1만주로, 10만주의 공매도는 감춰진다.

    취재 과정에서 필자가 집중해 곱씹은 끝에 이해됐던 설명이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도대체 복잡한 과정 끝에서야 공매도 잔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 개인투자자들은 왜 이런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까지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12년 8월 도입된 순보유잔고 보고제도 때문이다. 거래하고 있는 종목의 공매도 포지션을 매일 계산해 상장주식수 대비 잔고 비율 또는 평가금액이 일정기준을 넘으면 금감원에 보고하는 제도다. 

    취재 과정에서 거래소와 당국 관계자는 해당 법 개정 시 금융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했는데, 유럽 등 선진국들 역시 순보유 잔고를 기준으로 보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달리 집계가 쉽지 않은데다 국제적인 비교 가능성이 중요한데, 한국 시장에서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혼란과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이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불편할 수는 있는데 원칙상으로 그렇고, 바꾸려면 법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굳이 이런 작은 부분에까지 그리 해야 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서 개인투자자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음은 자명하다. 주요 증권사들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각종 참신한 서비스를 탑재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선보이고,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을 공략한 다양한 자본시장 정책들을 꺼내드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공매도제도는 개인 투자자들이 수년째 피를 토하듯 개선을 성토하는 이슈다. 일부에선 도가 지나칠 정도의 음모론으로 과몰입할 만큼 오해가 쌓여 있는 영역이다. 금융소비자인 개인투자자들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지만 정작 공매도가 실제로 늘어났는지 줄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심플한 자료가 없다. 

    불법 공매도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오는 공매도 통계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 개인투자자의 의혹이 불필요한 오해라면 해소해야 한다. 멈춰진 공매도가 다시 작동할 때, 그래야만 당국도 금융소비자도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