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틀 벗어나 국고지원 방식 '첫 시도'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실질적 드라이브 저수가→ 적정수가 전환 기로… 의료계 선택의 몫
  •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서울대병원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서울대병원
    "필수의료 특별회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의료개혁을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전공의 복귀요인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2일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전날 대통령 담화문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봉합 지점을 찾기 힘든 구조가 되자 의대증원을 위해 정부가 꺼낸 그간의 정책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필수의료 특별회계는 의료계 입장에서 큰 수확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을 넘어 국고지원으로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고 구체적 지원을 하겠다는 첫 발걸음"이라고 했다. 

    실제 정부는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필수의료를 재정투자 중점분야로 포함시켜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안건이 구체화할 전망이나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는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권 교수는 "어떤 정권도 기재부를 설득해서 건보 영역을 벗어나 별도의 예산을 투입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곳은 없었다. 개인적으론 이 정도의 성과를 도출한 것도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간 의료계가 지적하는 '필수의료 저수가'의 원인은 한정된 건보 곳간 내에서 분배하는 틀에 갇혔기 때문인데 이를 해소할 기회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모든 방법을 활용해 적정수가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이 잡힌 것으로 이를 놓치는 것은 패착이다. 

    그는 전공의 이탈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며 '전문의 겸임 금지'가 해제된 것도 긍정적 변화라고 읽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소속 의료기관 안에서만 진료해야 하지만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에서 개원의가 수련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하거나, 수련병원 소속 의사가 타 수련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권 교수는 "의료공급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수련병원이 어린이 심장 수술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교수들도 여러 병원에 근무할 수 있어야 하고 전공의도 여러 병원에서 수련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전날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밝혔듯 '의료계가 원하는 방향대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으니 그때 가서 파업을 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계속 평행선을 그리기보단 급변하는 의료정책의 실효성을 파악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