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유화적 입장에도 전공의 대표 "미래 없다"… 환자들만 또 좌절'0 아니면 2000' 의대증원 선택지… 정부는 후자 택할 수밖에극적 합의돼도 '전공의 복귀' 불투명 환자단체 "생사 오가는 환자 위한 정책부터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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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의정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수포로 돌아갔다. 강경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유화적 입장으로 전환돼 전공의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평행선을 그렸다. 희생양인 환자들은 고통의 몸부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의 2시간여의 대화를 가졌다. 전제는 조건없는 대화였다.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논의할 때 전공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지만 박단 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본인의 SNS에 글을 남겼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비공개에 부쳤고 입장 차가 명확하다는 점만 재확인했다. 이로써 사태의 봉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대증원 백지화' 선언이 없으면 타협은 없다는 의료계 의중이 재차 드러났다. 

    ◆ '루비콘 강' 건넌 상황… 환자보호가 최우선 

    문제는 환자들이다. 극적 면담이 이뤄진 날에도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사망했다. 수많은 환자는 피할 새도 없이 희생양이 됐다. 그간 전공의로 지탱했던 대형병원은 무너질 것이며, 취약해진 의료체계 탓에 사망하는 환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대한민국 의료는 정책적 갈등과 의사의 단합으로 붕괴된 상황"며 "서로 원론적 입장만 주고받으며 환자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 복귀가 최우선 과제였는데 봉합되기 어려운 상황이니, 정부는 남은 의료진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한편 중증질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조속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합회 소속 김태현 루게릭연맹회장은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을 수 없다면 PA 간호사를 양성하고 당장 외국의사를 수입해 의료를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는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존재하는 것이고 환자가 없다면 의사의 존재 가치는 없는 것인데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병원을 박차고 나간 것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 0과 2000의 선택지, 대치 국면 장기화 공포  

    만약 대통령이 박단 위원장에게 특정 수치와 안건을 제시했더라도 의료계가 단체행동 중단 여부를 결정하려면 회원 전체의 투표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전향적 협상 타결이 있어도 '전공의 복귀'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단 위원장의 대통령실 방문을 두고 '밀실 협약'이 있을 것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병원 이탈 전공의들은 면허정지를 감수하고 휴식 후 복귀하거나 일반의(GP)로의 전환, 미국이나 일본으로의 진출 등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지 오래다.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투쟁의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역시 의대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의 입장이 굽혀지지 않으니 현 상황에선 0과 2000의 선택지가 남은 것으로 여겨진다. 중간 지점의 수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대로 갈등이 지속된다면 정부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밀고 왔는데 도중에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을  믿고 지지한 국민들을 향한 '배신 행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의료계와 지속적 대화를 시도하고 봉합을 위해 경주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장은 "대치 국면으로 인해 손실이 커진 대형병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대통령이 요구했던 타당한 통일된 안을 제시하고 환자를 위해 자리를 유지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