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전 '의견 반영'은 물론 이후 '내용 공유'도 없어 "미래 없다" 짧은 한 문장으로 종결 논란 탄핵 진행 시 소통 채널 형성 긍정적이나…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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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들 내부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탄핵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과의 면담 전후 어떤 내용도 공유받지 못해 '독단적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만약 탄핵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소통 창구가 열리겠지만 어렵게 성사된 정부와의 대화 채널이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5일 다수의 전공의들에 따르면 이날 '박단 대전협 회장 탄핵 성명'이 나왔다. 지난 2월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해 현재 신분은 엄밀히 따지면 '회장'이 아니지만 대신 비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사실상 전공의 대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성명서에는 "박단은 (열명 남짓의) 비대위와 논의해 대전협 전체방에 일방적으로 대통령과의 독대를 결정했다"며 "사전에 대담을 통해 어떤 내용을 말할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독단적 행동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였다. 이는 지난 2020년 파업 당시 최대집 전 의협회장의 졸솔합의에 따른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전공의들도 알고 있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전날 면담 직후 박단 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한 문장만 남겼다. 이를 두고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성명에서 "대통령과 합의에 이르지 않았으나 앞으로 박단은 전국 사직 전공의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지하지 않고 독단으로 강행할 위험이 있다"며 "탄핵안을 올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글쓴이 신분은 비공개에 부쳤지만, 그는 "병원 대표 중 하나"라며 "만약 지금 대전협 대의원방에 올리면 박단의 세력이 많아 통과되기 어렵지만 사직 전공의 다수가 찬성하면 이를 명분으로 탄핵안 발의를 하겠다"고 했다. 

    해당 내용은 성명은 각 사직 전공의들에게 공유됐고, 탄핵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의료대란의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사이에서도 내홍이 불거진 상황으로 상황은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 어렵게 성사된 대통령과의 면담이 전공의들과의 논의 없이 진행된 것이었고 그 후에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한 문장으로 종결된 것에 따른 불만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원에서도 박단 위원장의 대통령 면담 성사 과정에 개입하지 못했고 이후 상황도 언급받은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임현택 의협 차기회장은 본인의 SNS에 'A few enemies inside make me more difficult than a huge enemy outside'(몇몇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고 적었다.

    임 차기회장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박단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임 차기회장은 그가 대표직을 수행 중인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을 통해 전공의들을 위해 ILO(국제노동기구) 제소 등 적극적 개입을 추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