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91.17달러… WTI, 86.91달러공급 우려 쇼크… 올 들어 유가 20% 상승 드라이빙 시즌 임박… “100달러 돌파 유력”정제마진, 손익분기점 하회… 수요 둔화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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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거세지면서 2분기 정유사들이 깜짝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아래로 하락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지난 5일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91.17달러까지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승폭만 18%에 달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86.91달러까지 올라 연초 이후 21% 급등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이후 유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약 20% 오른 유가는 이달 들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일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올 들어 20%가량 치솟은 배경에는 공급 우려가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주 지역 주요 원유 공급국인 멕시코는 지난달 원유 수출량을 35% 감축해 2019년 이후 수출량이 최저치를 나타냈다. 멕시코 정부가 값비싼 연료 수입을 중단키로 하면서 자국 내 공급을 늘린 여파다. 미국에 원유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멕시코의 수출 감축 조치는 미국의 국내 석유 소비 증가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긴장도 유가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습했고, 2일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함에 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원유 선적이 지연되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 지속도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유 재고가 줄고 있다는 부분도 문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글로벌 석유 재고가 올해 1분기 하루 20만배럴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하루 90만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본다. 석유 재고가 줄어든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는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드라이빙 시즌은 원유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다. 여기에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도 오는 2분기까지 감산 정책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여름 지정학적 긴장과 OPEC 감산 등을 근거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씨티그룹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체이스 또한 오는 8~9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통상 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호재로 풀이된다. 정유사의 원유 매입과 석유제품 출고 사이에는 30~4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석유 제품 가격은 출고 당일의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사들인 원유로 생산한 석유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제마진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배럴당 7.8달러, 8.2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들어 5.9달러로 하락했다. 3월 4째주에는 배럴당 5.4달러로 감소했고, 4월 1째주에는 배럴당 4.3달러로 하락했다. 이달 5일 기준으로는 배럴당 3.97달러까지 주저앉으며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상승에 따라 수요가 위축됐고 휘발유와 납사 마진이 하락하며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경우 소비심리가 악화하며 석유제품 수요가 둔화할 수 밖에 없다. 수요가 감소할 경우 정제마진 축소로 이어진다. 더불어 정유사들도 비싸게 원유를 구입해야 해, 향후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유가상승은 재고이익에 따른 실적 개선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고유가 장기화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해 10달러 오르면 석유 제품 소비가 위축돼 제품 가격은 8달러만 오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제마진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정유 재고평가이익보다 정제마진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