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 할인 끝나자 다시 시들

기아가 야심차게 출시한 플래그십 SUV 전기차 ‘EV9’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연말 파격 할인으로 반짝 반등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EV9은 지난해 6월 출시된 후 12월까지 7개월 동안 8052대, 월평균 1150대가 판매됐다. 

EV9이 사전계약을 진행한 지 8영업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하면서 흥행이 점쳐졌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올해 들어서는 1~3월 756대로 월평균 252대 수준에 그쳤다. 

EV9은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가 실시한 전기 SUV 비교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또한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2024 세계 올해의 차’를 비롯해 ‘2024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 ‘2024 영국 올해의 차’,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 ‘올해의 SUV’ 등을 수상했다.  

하지만 각종 수상실적이나 호평과는 달리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선 EV9의 가격대가 높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EV9 에어 트림은 7728만원, 어스 트림은 8233만원부터 시작하며, 풀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은 1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출시 이후 창문떨림 현상, 주행 중 동력상실 현상 등 품질논란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정체되는 요인까지 겹친 점도 EV9 판매에 악재로 작용했다. 

기아는 재고 소진을 위해 지난해 12월 ‘EV9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격 할인을 단행했다. 

당시 EV9 에어 트림(2WD)의 시작가격은 7728만원이었지만 5500만원 수준까지 할인됐다. EV9 어스 트림(4WD)도 8598만원에서 최대 2600만원까지 할인되면서 6000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와 별도로 ‘EV9 홍보단’ 특별할인도 진행했다. 기존 직원 할인을 계열사·협력사 직원과 이들의 사촌 가족까지로 확대하면서 총력전에 나섰다. 

임직원은 20% 할인에 300만원 할인, 계열사 및 관계사 직원은 7% 할인에 300만원 할인, 최대 900만원 재고차 할인을 적용받았다. 배우자와 친인척은 3% 할인, 최대 900만원 재고차 할인, 최대 300만원 전시차 할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EV9 판매는 지난해 10월 833대, 11월 375대에서 12월 2688대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대란 효과가 사라지자 올해 1월449대, 2월 124대, 3월 183대에 머물렀다. 

기아는 올해 2월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EV페스타’를 시행하면서 EV9 고객에게는 350만원의 할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파격 할인으로 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차량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는 분위기다. 특히 사전구매한 고객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해당 차주들은 “기아가 충성고객에 대한 기망행위를 했다”, “사전예약 구매자들만 호구됐다”, “결국 승자는 대란 때 구매한 고객” 등등으로 비판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연내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 전기차 ‘아이오닉9’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EV9 사례를 참고해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기아도 EV9의 흥행 부진을 감안해 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로 전략을 선화했다. 지난 5일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는 올해 EV3를 시작으로 대중화 모델을 앞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송호성 사장은 “EV 대중화 모델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지속 공략할 것”이라며 “한국,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향후 6개의 대중화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