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명 증원 제시했던 의대 학장들, 이제 '정원 동결' 요구의대 교수들, 상급종합병원 신규환자 제한 선언 오는 25일 교수 사직 현실화 … 두 달간 버텼던 환자들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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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당초 2000명에서 최대 절반까지 축소가 가능하도록 대학별 자율모집으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전공의 복귀는 없고 오히려 의대 교수 사직과 진료 축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국민 요구에 따른 의료개혁 일환으로 추진됐으나 결국 '정원 동결'이 아니면 필수의료 붕괴의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간 희생양이 됐던 환자들의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대학 재량권 확보를 거부하고 있다. 2000명에서 1000명으로 축소가 가능해졌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대 총장들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지난 21일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라"고 발표했다. 당초 350명의 증원을 제시했던 곳이지만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0명 증원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앞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를 열어 "앞으로 전국 20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신규 외래·입원환자 진료 재조정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야 하고 의대증원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백지화가 아니면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한발 물러섰지만, 조율은커녕 의료계가 전면적으로 강경모드로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병원 이탈이 시작되면 응급, 중증 환자를 대응할 여력이 떨어진다. 민법에 근거해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지 한 달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사직 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두 달이 넘게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도 증원 축소 결정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 번아웃이 심각한 상태가 됐고 대학병원의 손실은 쌓여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 

    환자들만 의정 대치 국면에 희생양이 됐다. 의사 수 확충은 국민적 요구에 따른 의료개혁으로 추진됐으나 절반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두 달이라는 충분한 시간 동안 의정 갈등이 풀어지길 바랐지만 결국 환자들의 희생에 대해 어떤 배려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이 땅에 중증환자도 살아가는 것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역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25일 이후에도 의대 교수들이 의료현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줄을 놓고 떠난 의사들이 내놓는 주장을 국민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의대증원-의료대란의 희생양인 환자 희생을 보상할 구조 없이 의정 대치가 지속됨에 따라 대한민국 필수의료는 파국에 임박했다. 

    한 암환자는 "의료체계가 무너져도 버텼던 이유는 2000명 의대증원이 실현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겼기 때문인데, 이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도 의료계 입장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본인들의 기득권을 위해 환자 생명을 소홀이 여긴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