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늘리자 인기↑ … 최근 3년간 기금규모 1502억원으로 커져사업참여 후 탈퇴 기업, 지분따라 돌려받은 출연금으로 사내기금 설치해야지키는 중소기업 거의 없어 … 노동부, 탈퇴업체 수 등 기본현황조차 파악 못해노동전문가 "근로자 복지유지 취지 무색 … 다른 용처로 유용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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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강화를 위해 도입한 공동근로복지기금(이하 공동복지기금)에 참여했던 사업체는 탈퇴 후 따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치해 근로자 복지 증진에 힘써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탈퇴한 중소기업이나 따로 설치·운영하는 사내복지기금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관리 소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3일 노동부에 따르면 공동복지기금이란 2개 사 이상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원청)·협력업체(하청)가 근로자 복지를 위해 공동으로 기금 법인을 설립하면, 정부가 기업이 낸 출연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추가로 지원하는 제도다.

    노동부가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2016년 4월 '공동(사내)근로복지기금 지원사업'을 발표하며 첫 도입했다. 당시 기업 '출연금액 50% 범위, 기금법인당 누적지원금 2억 원 한도'를 지원했을 때만 해도 기업체 참여율이 낮았지만, 2019년 9월 '공동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출연금 범위를 100%로 올리고 5년간 최대 20억 원을 지원하는 유인책을 쓰자 신청이 급증하며 인기를 끌었다.

    2016~2019년 4년간 77개 설립에 그쳤던 공동복지기금은 2020년에 182개가 만들어졌다. 이후 2021~2023년에는 388개의 근로복지기금이 설립돼 출연(지출)액 규모가 88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정부가 622억 원의 복지 비용을 매칭 지원해 총 1502억 원으로 3610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

    문제는 기금 법인에서 탈퇴한 중소기업은 출연금 비율에 따라 잔여 기금에서 돈을 찾아간 뒤 이를 별도의 사내근로복지기금(사내복지기금) 설립에 써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업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은 경영 여건의 어려움이나 정부 지원 기간 종료 등의 이유로 공동복지기금을 탈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복지기본법 제86조와 노동부의 '2022년 사내복지기금 실무매뉴얼'에 따르면 공동복지기금 법인에서 탈퇴한 기업은 사업주가 애초 법인에 출연한 지분에 따라 남은 기금에서 일부 재산을 배분받는다. 그리고 사업주는 배분 받은 재산으로 사내복지기금을 설치하거나 관련 재원으로 출연해야 한다. 이는 공동기금 탈퇴 후에도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기업은 탈퇴 후 돌려받은 출연금으로 사내복지기금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에 정통한 한 공인노무사는 "공동복지기금에서 나와 받은 돈을 사내복지기금으로 만들어 근로자 복지를 위해 쓰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사내복지기금을 만들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제재나 점검이 없으니 기업이 만들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퇴 후) 기금에서 받은 돈이 재무제표에도 잡히지 않아 붕 떠버린 눈 먼 돈과 다를바 없다"면서 "그 돈을 (다른 목적으로) 쓰는 회사가 상당히 많을테지만, (정부의) 점검 자체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사실상 정부가 근로자 복지를 위해 쓰도록 한 돈을 유용하도록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데일리 취재 결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공동복지기금에서 탈퇴한 중소기업 수와 탈퇴 시 기금에서 수령한 재산 규모, 사내복지기금 설치 유무 등에 대해 전혀 파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있는지 묻자 "사내복지기금 (설치·운영에 관한) 통계·자료는 없다. 아직 관련 점검을 한 적도 없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 ▲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의료지원비 지원.ⓒ연합뉴스
    ▲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의료지원비 지원.ⓒ연합뉴스
    한편 공동복지기금 설립 시 불필요한 행정 요인이 적잖아 복지기금을 활성화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제도상 이미 사내복지기금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등이 공동복지기금을 설립해 기금 규모와 복지혜택 수준을 높이려면 기존 사내복지금을 해산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경우 기존 사내복지기금과 새로 만드는 공동복지기금의 정관 내용 등이 거의 같아 행정 절차만 복잡해진다는 지적이다. 관련 행정 절차가 복잡하거나 번거롭다고 느껴지면 인력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공동복지기금을 멀리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 공인노무사는 "이미 있는 사내기금의 명칭과 정관 변경을 통해 공동 기금으로 전환하면 되는데, 현행 제도는 아예 해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금 관련 내용 중 변경되는 규정이 거의 없다. 행정력만 낭비되는 셈이다. 기존 기금을 공동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