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7년째… '출연·지원금' 용어 정립도 안돼 혼선 부추겨올해는 신청기간도 촉박… 예산 292억→135억원 '반토막'旣지원 법인에 낮은 점수… 전형적인 용두사미 사업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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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공동근로복지기금(이하 공동복지기금) 지원사업을 주먹구구로 운영하고 있어 참여를 원하는 중소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금을 출연하면 정부가 이에 따라 매칭지원하는 사업인 데도 기금 '출연(예정)금액'과 지원금 '신청금액' 같은 기본적인 용어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출연금'으로 두루뭉술하게 쓰면서 오해와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올해는 신청 기간마저 촉박하게 운영하면서 사업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의 신규 참여를 제한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12일 공동복지기금 신청업체 등에 따르면 노동부와 공단은 지난 6월17일 올해 상반기 공동복지기금 신청접수를 마감했다. 공동복지기금은 기업별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가 재정 여건상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보고, 사업주 2인 이상이 공동기금법인을 세워 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중기 근로자의 복지를 강화하는 제도로, 지난 2016년 도입했다.사업 초기 중소기업 참여가 저조하자 2020년 지원금을 출연금 대비 50%에서 100%(1:1 매칭)로 바꿨다가 이후 반응이 뜨거워 신청이 몰리자 지난해 슬그머니 지원비율을 '최대 100%' 또는 '100% 범위내'로 바꿔 논란에 휩싸였다. 1:1 매칭을 염두에 두고 사업 참여를 준비했거나 협력사 동참을 독려했던 중소기업들은 쪼그라든 지원금에 난감해했다.공단은 올해 사업시행계획에는 심사를 거쳐 매칭 지원율을 달리한다고 밝혔다. 40점 미만은 지원하지 않고 40~59점은 출연금의 50%, 60~79점은 75%, 80점 이상은 100% 등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다.뉴데일리경제 확인 결과 올해는 87개 공동기금법인이 신청해 81개 기금에 대한 지원이 결정됐다.문제는 지원비율은 차등을 두어 정리했지만, 사업안내 과정에서 '출연금'에 대한 용어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아 일선 중소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은 노동부와 공단이 애초 업무처리규정 등에서 지원비율을 '출연금'을 기준으로 책정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출연금이 아닌 '지원신청금'을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성토한다. 가령 심사결과 75점을 받은 A공동기금법인이 2억원을 출연키로 약정하고 정부 지원금으로 1억5000만원을 신청했는데, 공단 등에서 매칭 지원비율(75%)을 출연금이 아닌 신청금액(1억5000만원)에 적용하는 바람에 지원금 규모가 3750만원이나 줄었다는 것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공동기금법인이 오해한 부분이 있다. 이 사업에 대해 잘 아는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정부 설명으로는) 지원비율은 출연약정 후 신청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게 맞다"면서 "다만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사업시행계획 등에 '출연금액'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다 보니 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일선 기업으로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에는 공동기금법인이 출연하겠다고 밝힌 출연예정금액과 한정된 예산 탓에 정부지원금을 신청하는 금액, 공단에서 실제로 지급하는 금액이 서로 다른데, 출연예정금액과 출연에 따른 신청금액이 혼용돼서 쓰이다 보니 컨설턴트나 노무법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사업을 신청하는 중소기업에서 혼란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한 공인노무사는 "일선 현장에서 이런 혼란을 겪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는 "(공단은) 출연예정금액을 두고 심사를 벌여 점수를 매긴 다음 실제 지원비율은 지원금을 신청한 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한다"면서 "이를 제대로 아는 중소기업이나 공동기금법인은 많지 않다"고 부연했다. 올해로 사업 시행 7년째이지만, 정부가 임의로 관련 규정을 자주 손질하면서 기본적인 용어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일선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이에 대해 공단은 무료 컨설턴트 상담을 진행했다는 태도다. -
설상가상 올해는 신청접수 기간마저 촉박하게 잡아 혼선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와 공단이 올해 사업시행계획을 고쳐 공고한 것은 신청 마감 한달 전인 지난 5월12일쯤이다. 노무법인 관계자는 "규정이 자꾸 바뀌는 데다 용어도 정리가 안 돼 있다 보니 중소기업에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신청하기엔 상당히 짧은 시간"이라면서 "(올해) 신청 법인이 87개다. 2개 기업 이상이 공동참여한 만큼 회사 수로는 최소 174개 이상이 된다. 단기간에 상담·문의가 쏟아졌을 때 (공단에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사전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신규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축소된 정부 예산도 한몫한다. 올해 정부 지원금 규모는 135억200만원이다. 지난해 292억원의 46.2%에 불과하다. 사업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면서 기획재정부의 보조사업평가에서 예산이 반 토막 났다. 애초 공단은 다음 달 14일까지 하반기 사업신청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예산 부족으로 무산될 공산이 크다. 공단 관계자는 "올해도 신청이 제법 들어왔는데 하반기 추가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현장에선 전형적인 용두사미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법인 관계자는 "시작은 거창했는데 점점 지원규모가 줄고 있다"며 "중기로선 이만큼 출연했을 때 얼마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없고, 해가 거듭될수록 기업 부담만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지원이 결정된 87개 공동기금 중 100% 지원은 단 3개뿐이다.현장에선 공단의 내부 심사기준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적잖다. 심사가 신규 참여 기금법인에 유리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1번이라도 지원받은 적 있는 기금법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기존 참여 업체들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참여를 독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차별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원금이 줄거나 아예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호소한다. 또한 사업주가 고심 끝에 공동기금에서 탈퇴하기로 결단을 내려도 배분받은 재산을 '사내기금의 재원' 외 다른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 없게 돼 있어 곤란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공동기금법인 관계자는 "감언이설로 영세 중소기업의 사업참여를 유도하더니, 사업을 지속할 여건이 안 돼 기금에서 빠지고 싶어도 일률적으로 단독 사내기금 설치를 강제하고 있다. 불합리하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