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광주銀 간접고용 노동자 처우개선 '외면'근로복지법 개정 3년째…매년 기금 출연 안 해대구·부산·경남銀 꾸준히 기금 활용해 복지 지원
-
국내 은행 절반 이상이 정규직 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을 집중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취약 노동자들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특히 지방은행 가운데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청원경찰, 텔러 등 간접고용 근로자의 처우개선에 사내복지기금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사내근로복지기금 현황'에 따르면 부산, 대구, 경남, 광주, 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사내근로복지기금 적립액은 총 862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의 수익 일부를 재원으로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증대시키고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도움을 주는 제도다.과거에는 기금 운용 수익금과 해당 회계연도 출연금의 50% 이하의 금액만 정규직 직원 복지사업에 사용됐으나 2017년 10월 근로복지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5년마다 직전 회계연도 기준 적립 원금 총액을 20%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특히 사용 금액 중 원청 근로자 1인당 수혜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은 하청업체나 파견 근로자를 위한 복지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정규직 직원에게만 국한됐던 복지 혜택이 비정규직까지 확대된 것이다.5대 지방은행의 기금액 중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쓰일 수 있는 운영자금은 39억2000만원이다. 은행이 순이익 일부를 출연해 기금(기본재산)을 쌓은 후 이를 운영해 얻은 수익(운영자금)을 근로자 복지에 사용하는 구조다.지방은행 중 사내복지기금을 가장 많이 쌓은 곳은 대구은행으로 총 266억2000만원을 축적했다. 매년 간접고용 근로자에게 가족행사 지원은 물론 노동절 기념 선물도 지급하고 있다.올 상반기엔 노동절을 기념해 총 1700만원을 사용했으며, 콘도 지원 등은 은행 경비로 처리하고 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족행사 및 뮤지컬 행사 등은 취소됐다. 작년에는 관련 행사 지원으로 1600만원을 썼다.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166억3000만원, 158억4000만원의 기금을 비축했다. 부산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간접고용 근로자에게 총 2억450만원을 사용했다. 경남은행은 문화체육활동 지원을 위해 총 585명에게 1억4600만원어치의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했다.반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간접고용 근로자의 처우개선에 사내복지기금을 1원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혜택은 정규직원들에게만 돌아갔다.특히 두 은행 모두 근로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하지 않았다. 기존에 적립한 기금액은 광주은행 123억1500만원, 전북은행 148억원이다.전북은행은 직접 도급받는 업체의 소속·파견근로자에 대해 별도 예산을 편성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용역 청경 및 기사 30만원, 파트타이머 및 피크타이머 10만원, 협력사 10만원 등 복지혜택을 지원했다.광주은행도 축적해 둔 자금이 꽤 두둑했으나 정작 간접고용 근로자에게 돌아간 혜택은 전무했다.정부가 직접 나서 간접고용 근로자의 복지 혜택 확대를 주문했고, 작년 금융노사도 기금 수혜 대상을 파견·용역 근로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기관별 상황에 맞게 추진하기로 했으나 두 은행은 실행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은행권 관계자는 "저성장 장기화 속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정규직 직원과 도급-파견 노동자의 복지 격차는 점차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 법 개정을 했고 금융노사도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입을 모은 만큼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