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리딩금융 KB금융과 순익차이 불과 151억원비은행 부문 약진…기여도 4.7%→22.4%KB‧신한 대비 비은행 열세…M&A없이 리딩금융 어려워함영주 회장 “M&A, 더 이상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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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로 올해 리딩금융 경쟁이 안갯속인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7년간 KB금융과 신한금융만 주고받던 ‘리딩금융’ 타이틀 경쟁에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분기 1조3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1조1022억원) 대비 6.2% 감소한 규모지만 홍콩ELS 손실 보상과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 등 겹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1조3215억원), KB금융(1조491억원)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익숙한 자리지만 지난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한 KB금융과는 불과 151억원 차이다.

    하나금융의 이 같은 선전에는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 영향을 미쳤다. 하나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8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늘었고, 하나카드는 535억원으로 같은 기간 165% 증가했다. 비은행부분 기여도는 지난해 4.7%에서 올해 1분기 22.4%까지 높아졌다.

    최근 2년 ‘리딩뱅크’를 차지한 하나은행의 영업력도 막강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잔액은 167억7540억원으로 1년 전(146억6510억원) 대비 14.4% 증가했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없이 하나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쥐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비은행계열사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KB‧신한금융과 경쟁하기에는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순익은 총 2000억원대인 반면 KB금융은 7000억원대, 신한금융은 4000억원 후반대로 차이가 적지 않다.

    특히 홍콩ELS 과징금 등 올해 은행권의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M&A(인수합병)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강 없이 하나은행만으로 그룹 간 경쟁을 뒤엎긴 쉽지 않다.

    수년간 이어온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경쟁에서도 승패를 가른 ‘키’는 M&A였다.

    KB금융은 지난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다음 해인 2017년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했다. 2008년 신한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9년만이었다.

    이어 2018년부터는 신한금융이 옛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바탕으로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에 올랐고, 2020년과 2021년에는 KB금융이 옛 푸르덴셜생명 인수 효과로 다시 신한금융을 앞섰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비은행 강화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M&A가 필요한 보험‧카드업은 대규모 자본확충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 진화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M&A를 위해 무리하게 자본을 투입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이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발을 뺏고, 지난해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실사를 마친 뒤 보험업 강화 전략에 맞지 않다며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