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일본' 잡은 신한은행, 인도 공략 강화정상혁 신한은행장 "14억 인구 인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은행권, 현지 기업과 협력 넓히며 해외 진출 가속쇄신인사‧화상회의, 글로벌 시장 성과 독려
  • ▲ 정상혁(오른쪽) 신한은행장이 지난 3일 아리지트 사냘(ARIJIT SANYAL) 크레딜라 대표와 지분투자 협약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은행 제공
    ▲ 정상혁(오른쪽) 신한은행장이 지난 3일 아리지트 사냘(ARIJIT SANYAL) 크레딜라 대표와 지분투자 협약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신한은행 제공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과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대출 성장 한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 올해 부정적인 국내 영업환경이 예상되는 탓이다.

    여기에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과 민생‧상생금융 비용까지 수익성 악화를 예고하고 있어 이를 만회할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 ‘인도’ 힘주는 신한은행…“글로벌 1등 은행 굳힌다”

    베트남·일본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가장 많은 5493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신한은행은 14억 인구의 인도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NBFC(비은행 금융회사)시장 내 학자금대출 1위 기업인 'HDFC 크레딜라(HDFC Credila Financial Services)'와 지분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 사례다.

    이번 지분투자는 크레딜라가 증자를 진행하고 신한은행이 약 1억8000만달러(미국 달러)에 해당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투자를 통해 신한은행은 크레딜라의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

    크레딜라는 2006년 설립된 학자금대출 전문 취급 금융회사로 해당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인도 사회의 높은 교육열, 주요 선진국들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인재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지분투자를 계기로 인도에서의 리테일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인도 현지 기업들과도 협업할 예정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인 안정성, 그리고 14억 인구에서 나오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 등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인도 시장 리테일 대출 분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크레딜라에 현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파트너사들과 공동투자함으로써 신한은행 인도본부의 금융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협업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빠른 1996년 인도에 진출했고 현재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상혁 행장 취임 이후 인도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 본부의 순익은 100억원으로 전년(46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국가별 주요자산 운용 규모에서도 인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대출금과 유가증권을 합한 인도 내 자산운용규모는 총 11억1500만달러로 신한은행이 진출한 국가 중 중국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자산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일본(89억2400만달러)이었고, 이어 베트남(54억2000만달러), 미국(53억9700만달러) 순이었다.

    오는 7월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신한은행 인도 지점이 RFI(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른 은행들은 대부분 글로벌 금융거점인 런던과 싱가포르 지점에 대해 RFI 등록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외환시장 개방이 정식 시행되면 해외 지점에서도 RFI 등록을 통해 달러-원 거래가 가능해지고,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원화 세일즈를 수행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인도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원화 비즈니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인도 뭄바이에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를 구축하고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 리스크 관리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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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원교체‧지점 확충…은행들 글로벌 성과 강조

    다른 은행들도 올해 글로벌 사업에서의 수익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6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국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지난 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개월만에 감소로 전환했고, 당국의 대출규제와 ‘이자장사’ 비판 여론에 다시 성장을 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기업대출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내수경기 부진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경기 회복에도 기업신용 확대는 제한적”이라면서 “생산활동과 달리 기업대출의 대부분은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가 차지해, 수출보다 내수 경기가 기업신용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권은 올해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로 해외사업에 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글로벌그룹장을 전격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정기인사 후 불과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단행된 만큼 글로벌 부문에 확실한 성과를 주문한 ‘쇄신형 인사’로 해석됐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3대 법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에 지점을 확충할 계획이다. 인도 푸네와 아마다바드 두 지역에 국외 영업점을 낼 계획으로 이미 인도 정부 승인을 완료한 만큼 상반기 중 개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유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민은행은 지난 달 폴란드 페카오은행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하며,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페카오은행은 자산기준 폴란드 현지 2위 은행으로 국민은행은 이번 계약을 통해 폴란드 진출 한국계 기업에 현지 통화 대출, 무역금융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달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에 부다페스트 사무소를 개설했다. 하나은행 부다페스트 사무소는 현지 진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춘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 및 연계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런던·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져 2030년까지 글로벌 부문에서 1000억원의 순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2월 해외점포장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글로벌 사업 수익 창출을 위해 런던·싱가포르 지점 등 신규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을 당부했다.

    특히 이 행장은 해외점포장들에게 “조기 사업추진을 통해 경영목표를 초과 달성해달라”고 주문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