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기재부 세종청사 첫 방문… '타운홀 미팅' 열어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 논의… 월권·독립성 논란 등 일축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방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방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만나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은행 수장이 기재부 세종청사를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기재부와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정책 공조'를 강조하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한은과 기재부 교류가 적었지만, 거시경제의 양축으로서 정보 교류와 정책공조가 필요한 시대적 변화 요구가 있다"며 "특히 독립성이 강한 외국 중앙은행에서도 당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한은 총재께서 기재부를 방문한 건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한은과 기재부 관계는 당연히 독립적이지만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통화정책 독립성을 내세워 정부와 때론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중앙은행 수장이 재정당국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정책공조" "협력 파트너" "시대변화 요구" 등을 언급한 두 수장의 발언도 신선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어 두 수장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등 구조적인 과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먼저 최 부총리는 "혁신 생태계 강화, 사회 이동성 제고, 인구위기 극복 정책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규제와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 인구 위기 등을 우려했다. 이 총재도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통상환경 변화 등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위권 대학 지역 비례 선발제' 제안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 이 총재는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빠져있다"며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한은은 수도권, 특히 강남 집중에 따른 집값 왜곡에 대한 대책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이는 각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지만,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위헌'과 '강남 역차별'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넘어 사회 문제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하는 것을 두고 '월권'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한국 사회가 여러 과제를 갖고 있는데 사회에서 공론화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한은이 문제를 제기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금리 결정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 한은과 기재부의 만남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총재는 정부 인사들과의 접촉 자체가 한은 독립성 훼손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에서 금리 인하 주문이 나왔음에도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한은의 독립성이 오히려 지켜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즉답을 회피했다. 최 부총리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고유영역"이라며 말을 아꼈고, 이 총재도 "오늘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