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부시비·앨리슨 스티븐 오길비 런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GCD) 인터뷰아트디렉터·카피라이터 커플로 15년 동안 단단한 팀워크 자랑도브 'Turn Your Back' 캠페인으로 2023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 2024 칸 라이언즈 골드 수상"오길비 글로벌 네트워크 협력해 단시간 내 완성, 시차가 오히려 도움 돼""목표는 '수상' 아닌 '진정성' 있는 진짜(Real) 메시지 전달… 브랜드 지속가능성 높이는 핵심 요소"
-
[런던 = 김수경 기자] 단 6일 만에 만든 광고로 세계 최고·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최고 상인 그랑프리(Grand Prix)를 거머 쥔 커플이 있다. 아이디어 기획에서부터 제작, 편집, 집행까지 한 편의 광고를 완성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시간, 이들은 대체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소비자들은 물론 까다로운 칸 심사위원들의 마음까지 모두 사로잡았을까.브랜드브리프는 15년 동안 아트디렉터와 카피라이터로 한 팀을 이뤄 크리에이티브를 펼치고 있는 리암 부시비(Liam Bushby), 앨리슨 스티븐(Alison Steven) 오길비 런던(Ogilvy London)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Global Creative Director, GCD)를 오길비 런던 본사에서 만나 '6일의 마법'에 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뉴캐슬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발휘할 수 있는 광고의 매력에 끌려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더 넓은 광고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런던으로 옮겨 와 TBWA﹨런던, 레오버넷 런던, FCB 인페르노(FCB Inferno), VCCP 등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서 경험을 쌓았고, 오길비 런던을 비롯해 BBH 런던, 와이든앤케네디 런던, BBC 크리에이티브, 엔진(Engine)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다양한 작업을 함께 했다. 이후 2022년 오길비 런던에 함께 GCD로 합류해 현재 유니레버(Unilever)의 도브(Dove)를 담당하고 있다.앨리슨 스티븐 GCD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다양한 브랜드와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하지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고객사의 미팅에 참여하거나 고객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객사를 더 잘 알고, 브랜드가 가진 문제에 더욱 깊이 침투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에이전시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
리암과 앨리슨은 오길비가 주최하는 연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회의인 '카드레(Cadre)'에 참석해 크리에이터로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리암 GCD는 "카드레는 5일 동안 오길비 네트워크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이 한 데 모여 영감을 주고 받으며 토론도 하는 연례 미팅"이라며 "지난해 카드레가 진행되던 당시, 틱톡에서 선보인 뷰티 필터 볼드 글래머(Bold Glamour)가 소셜미디어 상에서 난리가 났었다"고 회상했다.틱톡의 볼드 글래머 필터는 피부의 잡티나 결점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진한 화장까지 덧입혀 왜곡된 아름다움과 비현실적인 외모 기준을 강화한다는 면에서 엄청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자기 자신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볼드 글래머 필터를 사용할 경우 정서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앨리슨 GCD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인 도브가 볼드 글래머 필터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문득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 빨리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리암 GCD는 "즉시 한 장의 브리프를 만들었고, 카드레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24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내서 모이기로 했다. 일종의 아이디어 컴피티션이었다"며 "런던, 뉴욕, LA, 시카고, 인도, 브라질, 호주, 남아공 등 전 세계 오길비 네트워크들이 아이디어를 들고 다음날 모여서 함께 리뷰했다. 그 때 데이비드 마드리드(David Madrid)가 우리와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게 바로 '턴 유어 백(Turn Your Back)' 캠페인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앨리슨 GCD는 "캠페인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볼드 글래머가 자신의 얼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등을 돌려(Turn your back) 필터가 결코 자신의 얼굴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아이디어가 정해진 직후 오길비 런던과 데이비드 마드리드는 데이비드 상파울루(DAVID São Paulo)와 협업해 '턴 유어 백' 캠페인을 함께 완성해나갔다.이후 '턴 유어 백' 캠페인은 글로벌로 집행됐으며 68명의 인플루언서가 파트너로 참여해 소셜미디어 상에서의 대화를 촉발했다. 배우 니셸 터너(Nischelle turner)는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등을 돌린 포즈를 취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턴 유어 백' 메시지를 올려 볼드 글래머 필터 반대 의사를 밝혔고, 가브리엘 유니언(Gabrielle Union) 또한 '턴 유어 백' 운동에 동참해 화제를 모았다.#TurnYourBack 해시태그를 올린 틱톡 게시물은 1억1000만 조회수, 영상 게시물은 5400만 건의 조회수, 10억 개의 미디어 임프레션을 기록했으며, 소셜미디어 상에서 하나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턴 유어 백' 캠페인은 2023 칸 라이언즈 미디어(Media) 그랑프리를 비롯해 2024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효과(Creative Effectiveness) 골드를 수상했으며 도브 운영사인 유니레버는 2024년 칸 라이언즈에서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2024 Creative Marketer of the Year)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하나의 브리프에서 시작해 글로벌 캠페인으로 집행되기까지, 단 6일 만에 이룬 성과다.
-
리암 GCD는 "오길비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막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다"며 "글로벌 팀 간의 시차를 활용해 빠르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소셜 미디어 덕분에 즉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팀으로 일하는 것의 중요함과 의미를 알게 된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앨리슨 GCD는 "턴 유어 백 캠페인 성공의 핵심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브는 지난 20년 간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을 이어오며 항상 진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턴 유어 백 캠페인 또한 '리얼 뷰티' 캠페인의 일환으로 광고제 수상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의 진짜(real)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았기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도브가 진행하는 'Real Beauty' 캠페인은 실제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태의 광고로, 지난 20년 간 기성 모델이 아닌 일반인 모델만을 쓰고 이들에게 짜여진 대본을 주지 않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말하도록 이끌어내는 독특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리암 GCD는 "우리의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찾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앨리슨 GCD는 "전문 모델이나 대본 없이 사람들의 진짜(real) 이야기를 광고에 담는 것은 비용도 훨씬 많이 들고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되지만, 도브가 추구하는 리얼 뷰티의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는 모든 게 진짜여야만 한다"며 "턴 유어 백 캠페인뿐만 아니라 반전 셀피(Reverse Selfie), 아름다움의 대가(The Cost of Beauty) 캠페인 등 도브의 모든 광고는 광고를 만드는 전문가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역설했다.
-
한 팀이자 커플로 어느덧 합을 맞춰온 지 15년. 너무 바빠서 싸울 시간조차 없어 거의 싸운 적이 없다는 이들은 서로를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라고 평했다.앨리슨 GCD는 "작업을 할 때는 둘 다 일에만 초점을 맞추고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며 "집과 회사에서 하루 종일 함께 일하고 이야기하다보니 가끔 같은 순간에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정말 놀랍다.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리암 GCD는 "서로 다른 시각,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함께 일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마지막으로 이들은 앞으로도 크리에이티브에 전념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다양한 글을 쓰며 스토리 크리에이팅에 도전하고 싶다는 앨리슨 GCD와, 언젠가는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제작전문임원)가 되어 더욱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는 리암 GCD는 환하게 웃으며 "10년 후에도 여전히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진정성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