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팀 "IRA 폐기 검토"대당 7500달러, kW당 80달러 사라져60조~70조 현지투자 유명무실머스크 태세전환에 더 충격마땅한 해법없어 … 대응책 고심
  • ▲ 현대자동차그룹 조지아주 HMGMA 신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아이오닉5ⓒ현대차
    ▲ 현대자동차그룹 조지아주 HMGMA 신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아이오닉5ⓒ현대차
    "최악의 시나리오다"

    새벽부터 날아든 미국의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소식에 한국의 자동차와 배터리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설마설마하며 폐지 대신 축소를 점쳐온 기대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모습이다.

    2차전지 40조를 비롯해 60조~70조 가량의 미국 투자가 물거품이 될 처지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GM 등과의 협력, 대중 배터리 견제 반사이익 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1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감세 공약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 때 도입된 IRA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7500달러 상당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과 모듈에도 kW당 각각 35달러, 4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IRA 폐지는 곧장 전기차와 배터리에 직간접적으로 지급되던 보조금이 중단된다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욕구 감소 →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 및 수익성 감소 → 배터리 업체들의 제품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3사는 바이든 정권의 IRA의 지속성을 믿고 임기 동안 수십조원에 달하는 현지투자를 집행했왔다. 

    문제는 채 투자의 결실을 거두기도 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 ▲ LG엔솔 차세대 4695 배터리ⓒLG엔솔
    ▲ LG엔솔 차세대 4695 배터리ⓒLG엔솔
    국내 배터리셀 3사는 미국 주도 전기차 전환을 예상하고 40조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 총 7곳, 18조5000억을 투자해 가장 규모가 크고 SK온이 14조2000억, 삼성SDI가 6조8000억에 달한다.

    대규모 증설 투자는 오는 2027년까지 예정돼 있지만 중간에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없게된 모습이다.

    올 3분기 우리 기업들이 받은 AMPC 금액은 약 5000억으로 이 돈을 빼면 적자다.

    애초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은 주요 고객사인 GM을 믿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연말부터는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했다.

    SK온과 에코프로비엠도 마찬가지로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 접점을 늘리며 시기를 기다려왔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HMGMA 신공장은 당초 전기차 전용에서 하이브리드 병행으롤 바꾸면서도 IRA 기대를 놓지 않았다.

    테슬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포지션은 해마다 80~90%씩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 ▲ 트럼프 당선인ⓒ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 트럼프 당선인ⓒ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한국의 차와 배터리업계가 난감해 하는 것은 애초 IRA 폐지를 반대할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의 태세전환에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경우 IRA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IRA 폐지가 경쟁사들을  따돌릴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모습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머스크식 전략이다.

    다행히 현대차는  GM, 포드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보다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뛰어나 전기차 판매 감소의 충격이 일부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차 우선을 내세운 트럼프 기조를 감안할 경우 내연기관은 GM, 포드가, 하이브리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토요타가, 전기차는 테슬라가 가져가는 '삼분지계' 속에 계속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은 양면이 있다. 테슬라와 GM을 주요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어 충격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테슬라의 발언권이 강해질 수록 협상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SK온은 내년부터 포드 배터리 합작공장 3곳, 현대차그룹 배터리 합작공장 1곳을 가동할 예정인데, 바이든 정권때처럼 큰 수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경쟁사대비 미국 진출이 늦은 삼성SDI는 IRA 보조금 없이도 흑자를 내고 있어 이번 사태에서 살짝 비껴간 모습이지만 전기차 위축에 따른 현지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줄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경제 주축인 자동차와 배터리가 최대 위기에 봉착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