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채 금리 발작에 '엔캐리' 공포 확산, "유동성 충격 불가피"韓 증시 덮친 '양날의 검' … 유동성 위축 vs 환율 안정IM증권 "美日 금리차 축소로 엔화 강세… 원화 동반 강세 가능성"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대, 日발 변동성 장세 연출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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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국채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고치로 급등하자 시장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 2탄을 의심하며 긴장하고 있다. 

    ◇ "이자 싼 일본은 끝났다"… 엔 캐리 청산, 유동성엔 '직격탄'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달 1.033%까지 치솟았다. 2년물 금리가 1%를 돌파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국채 10년물, 202년물도 발작 증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이달 1.885%를 기록해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고치, 20년물은 2.912%를 기록해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굳이 리스크를 안고 증시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 국가가 보증하는 빚인 국채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일본 국채 금리와 엔화가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공산이 커졌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자극해 글로벌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전세계 금리가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일본 채권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채권을 팔면 해당 국가의 시장 금리는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 국채 금리는 '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국채 5년물 금리는 지난 4월 2.592%에 마감했으나 이달 들어 3.401%까지 치솟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튀면 은행과 기업은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시중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부동산 시장 등에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물가에 등 떠밀린 일본, 금리 인상 '외통수'

    일본 채권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물가’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본은행(BOJ)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는 국가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어진 엔저로 물가가 급등하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및 자민당 지지율에 타격을 받고 있다. 물가와 지지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일본은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태다. 

    시장은 최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가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이를 사실상 12월 혹은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 예고로 받아들이고 채권을 투매(Panic Selling)하고 있는 것이다. 

    ◇ '킹달러' 힘 빠지나… "엔화 강세는 곧 원화 강세"

    일본 국채 금리 발작은 한국 증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동성이 부족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주는 효과와 환율이 안정돼 외국인이 코스피를 매수할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IM증권은 보고서에서 “엔화와 원화는 강력한 동조화(Coupling) 현상을 보인다”며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 턱밑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일본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 독주 체제(킹달러)가 흔들리며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환율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연구원은 “엔화 강세 시 국내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과 더불어 원화 강세 폭 확대가 외국인 자금의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땜누이다"고 설명했다. 

    ◇ "변동성 확대 불가피 … 환율·금리 모니터링 필수"

    결국 관건은 속도다. 일본의 금리 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된다면 환율 안정을 돕는 ‘약’이 되겠지만, 급격한 투매로 이어질 경우 시장 전체를 무너뜨리는 ‘독’이 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가 일본발 뉴스에 따라 출렁이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IM증권은 “미 연준의 금리 정책이 여전히 핵심 변수지만, 일본 국채 금리와 엔화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공산이 높아졌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