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난에 구리값 45년 만에 최고치전선업계, 에스컬레이션 통해 매출 확대 효과AI·재생에너지·전력망 교체 수요 증가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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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리 케이블 ⓒ연합뉴스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선 제품의 핵심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판매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를 갖춘 전선업계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17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1816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내년 3월 인도분 선물 가격 역시 1만1515 달러로 마감하며 최고치를 썼다.올해 구리 시세는 연중 여러 차례 급등락을 반복하며 최고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4월 초 8539 달러까지 내려갔던 구리값은 약 38%까지 반등하며 45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급등 배경으로는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과 공급 위축,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비한 선제적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구리는 전기 배선 등에 쓰이는 핵심 전도성 금속으로 전선 제품 원가의 60~80%를 차지한다.이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 제조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다만 국내 전선업계는 납품 계약 시 구리 시세를 판매 단가에 자동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두고 있어 원가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업계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오른 만큼 판매 가격을 올려 이익을 얻는 구조라기보다 상승분의 리스크만 줄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구리값이 오르면 매출과 수주 잔고 규모는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실제 LS전선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5조7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다. 대한전선 역시 같은 기간 2조6267억원을 기록해 6.9% 증가했다.구리값 상승에 따른 에스컬레이션 조항으로 이익 변화는 제한적이지만 매출 외형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 조건 개선 등 일부 긍정적인 요인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일각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재생에너지 확산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내년에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리값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동시에 글로벌 노후 송배전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연계용 초고압 케이블·변압기 증설이 맞물리면서 전력 인프라용 구리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전선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다만 최근 강달러 기조는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리는 조달 단가가 달러로 고정돼 있어 환율 상승은 원가 인상 요인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환차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수출 비중이 높아 전기동 수입 시점을 늦춰서 매칭하고 달러 선물을 통해 환 헤지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