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외형 성장… 해저·초고압 수주 확대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수익성 급등수주 잔고 1~3년치 일감 확보… 내년도 호실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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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 동해사업장 ⓒLS전선
2025년 전선·전력기기 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와 전선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설비 증설과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실적 성장의 중심에 섰다.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선·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출액은 7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증가했다.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흐름이 동시에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구조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선업계, LS전선·대한전선 고속 성장전선업계 대표주자인 LS전선은 호황을 실적으로 연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LS전선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5조7200억원, 영업이익 2458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단독 기준으로도 매출 1조8869억원, 영업이익 802억원을 올리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3분기 말 수주잔고는 6조6015억원으로 확대됐다. 해저케이블과 초고압(HVDC) 케이블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주가 외형 성장을 뒷받침했다.대한전선도 수주 확대가 빠르게 실적과 잔고로 이어졌다. 대한전선은 3분기 단독 매출 8550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6269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852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신규 수주는 9130억원, 3분기 말 수주잔고는 3조4175억원으로 ‘3조원대’에 올라섰다.업계에서는 전선 시장의 경쟁축이 ‘가격’에서 ‘공급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초고압·해저 프로젝트는 단가뿐 아니라 납기, 품질 인증, 장기 운영 리스크까지 평가 항목이 복합적으로 얽힌다. 결국 생산설비·공정·프로젝트 수행 체력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수주가 쏠리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
- ▲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효성중공업
◆ 전력기기, 매출보다 수익성 개선이 더 가팔랐다전력기기 부문에서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 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고부가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배전 설비 비중이 확대되며 이익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다.LS일렉트릭은 3분기 매출 1조2163억원, 영업이익 10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1%, 영업이익은 51.7%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4조1000억원으로 1년 새 40% 이상 늘었다.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설비 수주와 북미 프로젝트 비중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수주잔고는 3분기 기준 4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HD현대일렉트릭도 전력기기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3분기 매출은 9954억원, 영업이익은 2471억원으로 각각 26.2%, 50.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대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주 구조가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HD현대일렉트릭의 3분기 말 수주잔고는 69억8300만달러로 집계됐다.업계에서는 전력기기 시장이 과거 ‘볼륨 산업’에서 ‘마진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난도가 높은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 협상력도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효성중공업, 북미 현지화 전략이 실적 분기점효성중공업은 이번 결산에서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3분기 매출 1조6241억원, 영업이익 2198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3분기 말 수주잔고는 11조1000억원으로 업계 최상단 규모를 유지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약 13.5%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이 같은 실적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초고압 변압기와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수주 확대의 결과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현지 생산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겹치며, 선제적으로 구축한 현지 공급 체계가 실적 개선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업계에서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전력기기를 그룹의 핵심 성장 축으로 규정하고,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북미 투자를 지속해온 전략적 판단이 이번 결산에서 성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북미 시장은 단순 수출로만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된다. 관세와 물류비 부담뿐 아니라 전력사 발주에서 요구하는 납기, 인증, 품질 보증 조건이 까다롭고, 프로젝트 단위가 큰 만큼 공급망 안정성까지 평가 요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현지 조달 체계를 갖출수록 발주처 신뢰를 확보하고 추가 수주로 연결되기 유리하다고 본다.업계에서는 올해 흐름이 단기 업황 반등에 그치지 않고 최소 2026년까지, 길게는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와 전기화, 노후 전력망 교체 투자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집행되는 구조인 데다 3분기 기준 주요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이미 1~3년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중장기 전력 인프라 투자 국면을 확인한 한 해로 볼 수 있다"면서 "내년에도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