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0정상회의 유치는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등 많은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에서 최희남 G20 기획단장을 빼놓을 수 없다. 최단장을 만나 유치의미와 뒷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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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남 G20기획단장.
    지난해 12월 출범해 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를 성사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G20 기획단을 이끌고 있는 최희남(49) 단장은 국제금융 전문가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우리나라가 G20에서 세계 금융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 세계 정상들의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10월 8일 귀국한 그를 다음 날인 10월 9일 G20 기획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단장은 G20 정상회의 유치와 관련, 기획단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획단이 처음 만들어진 지난해 12월만 해도 제대로 된 사무실이 없어 직원들이 한 달 넘게 작은 사무실에서 추위에 떨며 일해야 했다”고 회상하며 “그런 악조건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글로벌 거버넌스 주도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헌신과 열정으로 일궈낸 직원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치가 결정됐을 때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가 최종 확정되는 순간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도 있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 나라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세계가 우리나라를 더 이상 국제 경제체제의 변방이 아닌 중심국가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사연도 있습니다. 피츠버그는 제가 유학생활을 한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제3차 정상회의가 피츠버그에서 개최된다고 했을 때, 제가 G20 기획단장을 맡게 된 건 운명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피츠버그에서 2010년 G20 정상회의 유치라는 큰 성과를 거두게 돼 감격이 배가된 것 같습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어떻게 계획된 것인가요.

    지난 4월에 있었던 제2차 G20 런던 정상회의 이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3차 정상회의를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면서 차기 정상회의가 미주, 유럽을 제외한 신흥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고, G20의 위상 제고에 따라 G20 정상회의 개최가 국가브랜드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유치가 결정되기까지 큰 고비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적극적으로 정상회의 유치활동을 전개한 덕분에 피츠버그 정상회의 전 이미 우리나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상당수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정상들의 일정이 문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타당함에도 내년도 정상회의가 너무 많아 상반기 중 아시아지역에서의 회의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차기 정상회의는 캐나다에서 6월 G8 정상회의와 연계해 개최하는 대신,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제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을 피츠버그 정상회의 선언문에 반영하여 공식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내년 11월 제5차 정상회의를 유치하게 됐습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 확정 이후 우리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십니까.

    그렇습니다. 이전까지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주에 IMF 총회에 갔는데, 예정돼 있던 기획재정부 장관과 WB총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스페인 재무장관 등과의 양자면담 이외에 현지에서 면담을 요청하는 국가들의 요청이 이어져 ‘배부른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하루를 정리해보면 몸은 힘들었지만, 확연히 달라진 우리의 위상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의 가장 큰 효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 된다는 것은 국제 논의의 주변부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협력 논의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경우 국격 및 국가브랜드가 획기적으로 제고되고, 글로벌 이슈에 있어 더 이상 ‘rule-taker’가 아닌 ‘rule-setter’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20개 나라 정상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우리의 참모습을 보고 이해함으로써 상호관계가 돈독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가 대외신인도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갖는 선진경제로 거듭나는 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앞으로의 준비가 중요한데,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말씀하신 대로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보다 앞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내년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의제 설정, 참가국 선정 및 합의 조정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대안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과 대응역량을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행사 개최뿐 아니라 의제 설정, 회원국 협의 등을 위해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는 등 하드웨어를 강화하는 한편,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 선진국, 국제기구 전문가 등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전문성도 확보해나갈 것입니다.

    G20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신흥국과 중진국 중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최초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거는 회원국들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한국의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해준 국가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합니다.
    이번 정상회의 유치의 뒤에는 국민 여러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세계는 우리를 인정하고 다시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11월 20개 국가의 정상과 IMF, WB 등 국제기구의 수장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됩니다. 아쉽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내년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문화 등을 널리 알리고 세계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10.14 Weekly 공감, 글·최호열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