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업무시설 경매 4월 8252건 … 월 기준 역대 최대일반상가 공실률 13.1% … 오피스보다 4.3%p 높아11차례 유찰 끝 3000만원대 낙찰 … 상가 가격 하방 압력 확대
  • ▲ 강남대로 일대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연합뉴스
    ▲ 강남대로 일대 상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연합뉴스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사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금리와 소비 부진, 공실 확대가 겹치면서 임대수익을 기대했던 상가가 경매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매수자를 찾지 못한 물건은 유찰을 거듭하고 감정가 3억원대 상가가 3000만원대에 낙찰되는 등 가격 조정 압력도 커지고 있다.

    23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8252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 최대치다.

    상업·업무시설 경매 물건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전국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7만92건으로 전년 4만9060건보다 43%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며 4월 기준 월간 최대치를 다시 썼다.

    경매 물건은 늘었지만 매각 속도는 더디다. 상가 낙찰률은 10~20%대에 머물고 유찰 물건이 재경매로 넘어가는 등 시장 내 적체가 커지는 흐름이다.

    상가 시장 약세는 임대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일반상가 공실률은 13.1%로 집계됐다. 오피스 공실률 8.8%보다 4.3%p 높은 수준이다.

    수익률 격차도 벌어졌다. 1분기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은 0.99%로 오피스 투자수익률 1.80%를 밑돌았다.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매입한 상가가 공실과 낮은 수익률을 동시에 떠안는 상황이다.

    경매시장에서는 감정가의 10분의 1 수준에 낙찰되는 상가 사례도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한 주상복합 상가 전용 26㎡는 11차례 유찰 끝에 3000만원대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3억원대였지만 낙찰가율은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강남권 상업용 부동산도 유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꼬마빌딩은 지난해 감정가 97억8800여만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올해 3월 2회 입찰에서도 유찰돼 최저가가 62억6000만원으로 내려갔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도 감정가 445억여원에서 2회 유찰돼 감정가의 64% 수준인 285억원에 3회 입찰이 진행됐다.

    앞서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도 지난해 2월 감정가 대비 한 자릿수 낙찰가율 사례가 나왔다. 10층 식당가 상가 3곳은 감정가 대비 4~8% 수준에 낙찰됐다. 이 중 건물면적 200㎡ 상가는 감정가 15억1000만원에서 18회차 만에 5577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상가 가격 조정은 아파트 시장과 대비된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집값 고공행진과 실거주 수요를 바탕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반면 상가는 임차인 확보가 어려워지며 가격 방어력이 약해지고 있다. 임대료가 끊기면 관리비와 금융비용을 소유자가 떠안아야 하는 만큼 매수자 입장에서도 입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실과 폐업, 고금리 부담이 맞물리면서 상가 경매 물건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온라인 소비 확산으로 오프라인 점포 수요가 줄어든 데다 자영업 경기 회복도 더딘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상가는 임대료를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이라 공실률이 높아지면 매매가격도 함께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임차 수요까지 약해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대수익률을 더 높게 잡게 되고 이는 곧 입찰가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는 실거주 수요와 가격 상승 기대가 가격을 떠받치는 측면이 있지만 상가는 임대수익이 끊기면 관리비와 대출이자를 소유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며 "특히 집합상가나 테마상가는 공실이 장기화될 경우 환금성이 급격히 떨어져 경매시장에서도 보수적인 가격 산정이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