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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뒤 전기자동차를 시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까지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추겠다”

    지난 8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개최된 제33차 비상경제재책회의에서 전기자동차 기술개발 지원 계획을 담은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방안'을 발표, 당초보다 2년 앞당긴 2011년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추고 2015년 국내업체의 세계 전기차 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4년까지 자동차 관련 원천기술개발 예산 4000억원을 전기자동차 부품·소재 개발에 집중 투입, 세계 전기차 4대 강국에 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전기차 주행 모니터링 및 안전기준 보완 사업에 내년 예산 14억원을 투입하고 환경부는 경기 과천 정부청사와 인천 환경연구단지에 충전소를 시범 설치하는 사업에 예산 17억원을 지원하는 등 2011년부터 전기차 운행을 본격화하기 위한 제반 환경 조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과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국내 전기차 업계는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년 전부터 해외 수출과 관용차량 납품 등 전기차 상용화에 들어간 한 전기차 생산업체는 내년 1월부터 저속 전기차가 일반 도로 주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제품 판매를 위한 영업조직 구축에 돌입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반 도로에서 저속 전기차 운행이 금지돼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올해 정기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전기차의 시내 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 판매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론 전기택시, 전기버스 등 국내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차량 생산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정부 '전기차 양산' 방침에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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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전기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기자동차 기술개발과 산업화’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 중인 이현순 현대차 부회장 ⓒ 뉴데일리
    그러나 가솔린과 디젤엔진 차량을 주력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주행거리가 짧고 저속 주행만 가능한 전기차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기존 차량을 대체하기엔 현재로선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전기차가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갈 경우 자동차산의 주도권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보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전지나 전기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

    이현순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앞으로 10년 뒤에도 전기차 주행거리는 최대 200km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속도로에서 300~400km를 달리기 위해선 수소연료전지차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사실상 현재의 엔진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비슷한 성능의 전기차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전기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기자동차 기술개발과 산업화’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힌 이 부회장은 “한번 충전으로 200km 이내를 달리는 도심 주행용 차량은 전기차가 일부 대체할 수 있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거리 주행 차량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중 한 가지만 선택해 집중 개발하기 보다는 세계 각 지역에 어울리는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을 상대하는 현대차로선 각국 시장 환경을 고려, 천연가스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을 각각 개발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 이 부회장은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전망한 2015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50만8000대인데, 이 중 르노닛산의 공급량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30만대”라고 지적했다. 도요타나 혼다도 전기차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이 부회장은 설명했다.

    전기차의 높은 판매가격과 함께 현재까지 전무하다시피 한 ‘충전 인프라’ 구축 역시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이 부회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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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고층 아파트가 많아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이 매우 어렵다"고 밝힌 이현순 현대차 부회장 ⓒ뉴데일리
    이 부회장은 “전기차가 실용화되기 위해선 몇 가지 난제가 있는데 배터리 모터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일본 미쓰비시 아이미브는 한국 경차보다 작은 크기에 가격은 6000만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차 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 절감을 위해 배터리 회사와 자동차 회사가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두 번째 난제는 ‘충전 인프라’”라고 지적한 이 부회장은 미국은 차고가 함께 있는 단독주택이 많아서 쉽지만 한국은 고층 아파트가 많아서 충전 인프라 확충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차, 2012년부터 전기차 '소량 양산' 가능 

    그러나 이 부회장이 전기차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심포지엄 기조강연을 통해 △2010년 시범 운행 △2011년 시범 생산 △2012년 소량 양산 △2013년 본격 양산 등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시점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현대차는 지난 1991년 납축전지를 사용한 쏘나타 EV를 개발하는 등 18년간 전기차 연구를 지속해 왔다”고 밝히며 “2003~2005년 제주도와 하와이에서 싼타페 EV 15대를 시범운행하며 독자적인 전기차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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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전기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기자동차 기술개발과 산업화’ 심포지엄 ⓒ뉴데일리
    실제로 현대차는 양산형 전기차로 불리는 i10 EV 전기경차를 내년에 수십 대 생산, 시범 운행할 계획이며 2011년엔 수백대 씩 시범 생산을 거친 뒤 이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현재차가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차는 2012년 1000대 가량을 양산해 실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양산 시점이나 개발 계획은 이웃 나라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할 경우 상당히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최근 “2011년 연간 5만대의 전기차를 일본에서 생산하고 2012년 미국 스미나 공장에서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7월 한 번 충전에 16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아이미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GM과 중국 BYD도 내년 중 전기차를 양산하기키로 하고 준비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기차 상용화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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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의 최초 전기차 콘셉트카 i10 일렉트릭. ⓒ 뉴데일리
    녹색성장위원회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회의에서 202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감축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는 녹색성장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기반한 것으로 G20 유치 후 실시된 지난달 조사 결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8% 증가하는 안과 △2020년까지 배출량을 동결하는 안보다 △4% 감축안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종 확정할 계획인데 온실가스 배출의 17%를 차지하는 교통 분야의 경우 2020년까지 배출량을 20% 이상 줄이는 등 '특단의 목표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에코 드라이브' 정착을 위한 전기차·연료전지차 등 '그린카'의 개발 및 상용화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겐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과제로 자리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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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상용화에 들어간 씨티앤티의 City EV(도시형 전기차) ⓒ 뉴데일리
    전기차로 대변되는 소위 '그린카'의 시장 진입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관련 법제 마련이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법적으로 차량 인정을 받지 못해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이를 위해 전기차의 시내 운행을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안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빠르면 내년 2월부터 지방 도로나 서울 시내 대부분(60km 이하)이 전기차 운행구역 대상이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고 속도를 많이 낼 수 없는 전기차가 일반 중소형차 값과 비슷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업계는 정부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1200만~1900만원대로 형성돼 있는 전기차 가격이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면 1000만원 안팎으로 인하돼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는 것. 월 1500km 운행에 불과 1만원 미만의 충전 요금이 소요, 가솔린·디젤 차량에 비해 탁월한 연비를 자랑하는 점도 소비자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