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준칼럼> 삼성 그룹조직 복원을 보는 두 시각

     

    삼성그룹이 과거 전략기획실과 비슷한 성격의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뒤 여론은 크게 두 시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의 발표대로, 21세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의 신사업을 육성하고 그룹 경영의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동의하는 시각이 그 하나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의 변화에 대비해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대비태세가) 부족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많은 국민들이 절박성과 함께 설득력을 발견하고 있다.

    GM이나 도요타 같은 세계 거대기업의 쇠락을 통해 아무리 막강한 기업이라도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실패하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확인한 국민들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삼성그룹의 입장을 이해하고 납득한다는 분위기다.

         ◆뿌리치기 어려운 ‘삼성 왕조’의 유혹

    또 다른 한 시각은 그룹조직 부활을 ‘삼성 왕조’의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인다.

    공교롭게도 그룹 조직 부활을 발표한 19일이 고 이병철 회장의 23주기인데다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 그리고 이미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예고된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시각 또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컨트롤타워 복원을 통해 이 회장-컨트롤타워-계열사 사장단으로 연결되는 경영축을 구축, ‘이재용 후계체제’를 확고히 다지는 이른바 황제경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삼성의 그룹조직 복원과 이재용의 사장 승진을 북한의 권력세습에 비유하기도 한다. 황제적 파워를 자랑하는 회장 아버지, 젊은 아들(48)의 사장 승진, 아버지의 심복 같은 인사를 컨트롤타워의 총책임자에 앉힌 점 등을 보면 억지만은 아니다.

    이쯤 그룹의 컨트롤타워의 전신인 구조본부의 실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 이병철 회장 시절 ‘회장비서실’로 출발한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이름을 구조조정본부로 바꾸면서 삼성그룹 전체를 이끄는 기능과 역할을 해왔다. 그룹 성장에 순기능이 없지 않았지만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대선자금 ‘X파일 사건’등 역기능이 더 크게 부각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략기획실을 삼성 관련 비리의 중심지로 지목할 정도였다.

    결국 2008년 6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삼성 특검 수사로 전략기획실의 공식 해체와 함께 이건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학수 김인주 등이 사법처리 되었다.  

         ◆ 과거 회귀로는 지속성장은 없다

    삼성 그룹에서는 컨트롤타워 부활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인용 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과거 그룹조직에 대해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조직은 계열사들 위에 있기보다 지원하고 도와주고 역량을 모아서 계열사들이 일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사장은 자신의 사장 승진을 놓고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세간의 관측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여전히 회장님이 중심에 계시며 이번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등 삼성그룹의 최근 변화는 이건희 회장의 위기의식과 성장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조직 책임자로 선임된 김순택 부회장도 "신설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신수종ㆍ신성장 사업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사회와 그룹 내 임직원들이 바라는 소통과 상생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새로 생길 삼성의 그룹 컨트롤타워가 어떤 조직이어야 하는가는 답이 이미 나와 있다. 결코 과거의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로 돌아가선 안 된다. 기업의 오너 입장에선 그룹의 권력을 모아 황제의 자리를 만들고 싶은 유혹이 생기겠지만 그런 조직으로는 지구촌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계열사 독립경영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고 경영은 유리알처럼 투명해야 한다. 그룹 컨트롤타워는 싱크탱크의 기능과 미래를 내다보고 항해할 줄 아는 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태어나야 한다.

    끊임 없은 혁신과 환골탈태를 주장하는 이건희 회장이 누누이 강조하는 ‘젊은 조직’은 바로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조직이 아니겠는가.

    <방민준/본사 부사장,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