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ㆍ유류세 인하 여부에 영향 받는다
  • 지난해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주유소 휘발유 값이 좀처럼 떨어질 기세없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2008년 초고유가 시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주유소에서 팔리는 휘발유 가격은 역대 최고치다.

    주유소 무연 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지난달 17일 ℓ당 1천951.28원으로, 종전 최고기록이었던 2008년 7월16일의 가격(1천950.02원)을 뛰어넘었으며 이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초고유가 시대보다 배럴당 20달러가량 낮은데도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가격의 '불일치 현상'은 환율과 유류세 인하 유무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8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보통휘발유(옥탄가 92)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것은 국내 휘발유 값이 당시 가장 비쌌던 7월16일보다 열흘 가량 앞선 7월4일(배럴당 147.30달러)이었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석유제품가격과 연동해 국내 공급가격을 정하고 있는데, 통상 정유사에서 조정된 공급가로 제품을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면 주유소는 1~2주일 뒤에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한다.

    지난달 17일 보통휘발유 국제가격은 배럴당 122.52달러로 이를 당일 환율 1천118.50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ℓ(1배럴=158.9ℓ)당 864.60원이다.

    만약 2008년 7월4일의 환율인 1천050.40원이 적용됐다면 ℓ당 809.91원으로 55원가량 낮아진다.

    최근의 환율이 1천100원대로 2008년 7월보다 100원가량 높아 유가나 석유제품을 수입하려면 같은 달러금액에 대해 당시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것도 당시 국내 기름값이 지금보다 낮았던 이유 중 하나다.

    휘발유 가격은 국제 가격에 유류세가 붙고 정유사, 유통업체, 주유소의 투입비용과 마진이 보태져 결정되는데, 유류세는 종량세 체계로 유지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이에 부가되는 교육세, 주행세로 구성된다.

    정부는 2008년 3월 유가가 치솟자 그해 12월까지 휘발유 탄력세율은 ℓ당 505원에서 472원으로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를 뛰어넘은 2008년이 현재보다 국제 유가는 비쌌지만 환율 영향은 물론 정부의 유류세 인하 덕분에 국내 휘발유값은 지금보다 쌌다"고 설명했다.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지난해 10월10일(ℓ당 1천693.73원)부터 170일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 지난 1일 기준 ℓ당 1천970.48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최근 환율마저 1천100원대가 무너짐에 따라 휘발유 값은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