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 2금융권·정기예적금 [시들]"어차피 낮은 금리"...[자유입출금] 상품 인기
  • ▲ 경기 불황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소비자들이 시중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상품에 여웃돈을 예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경기 불황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소비자들이 시중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상품에 여웃돈을 예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직장인 김우제(35·서울 신사동) 씨는
최근 여윳돈 1,000만원을
시중 은행의 수시 입출금 상품에 예치했다.

다른 투자 수단을 알아보려해도
마땅히 그의 마음을 잡아끄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증권에 투자하려니
주위에서 실패 사례가 너무 많이 보이고,
부동산은 계속 떨어질 것 같은데다,
이 돈으론 어림도 없고...
절대 안 떨어질 것 같던 금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고,
펀드도 글쎄요…

 그렇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2금융권에 맡길 정도로
 금리가 높지도 않고…

 정기예금에 오래 묶어봐야
 그럴 만한 장점도 없잖아요.

 어쩌겠어요. 그냥 수시 입출금 상품에 묶어두는 수밖에”


김 씨의 경우처럼
많은 소비자들의 여윳돈이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몰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보다 이자를 후하게 쳐주던 
저축은행·상호금융조합의 금리 매력이 떨어진 데다 
돈을 오래 묶어놔도 수익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은행 수신은 1,179조원으로 
올해 들어 43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24일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년치 증가액 37조원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수시입출예금이 
19조6,000억원 늘어난 게 
가장 큰 증가요인이다. 
반대로 정기예·적금은 
4조5,000억원 줄었다.

수시입출예금이 증가하고 
정기예·적금이 감소한 것은 
사상 최저 수준인 
저금리 탓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0월 기준으로 
평균 2.59%까지 내려 
정기예금에 장기간 돈을 묶어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은행 예금에 비해
위험도는 다소 높지만
비교적 고금리를 기대할 수 있어
대안 투자처로 꼽히던 
상호금융(신협, 농협 단위조합 등)이나 저축은행 등
소위 [제2금융권]의 금리도 
만족스럽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상호금융 정기예탁금 금리는 
10월 평균 2.72%,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2.89%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격차가 0.1∼0.3%포인트로 좁혀졌다.

과거에는 
은행보다 1%포인트 안팎으로 높던 
이들 제2금융권의 금리가 
더는 고객을 유인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 10월 말 45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7,000억원(25.7%) 줄었다.

상호금융 수신 잔액은 
비과세 혜택에 힘입어 
같은 기간 249조7,000억원으로 
8조7,000억원(3.6%) 늘었지만, 
증가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8.7%)의 절반 이하다.

일단 은행으로 몰려든 여윳돈도 
저금리 세태를 반영하고 있어 
인기 상품과 비인기 상품의 명암이 확연하다.

3∼6개월 단위로 적용 금리가 바뀌는 
회전식 예금은 
금리 상승기에는 인기가 많지만 
요즘은 찬밥 신세다.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회전식 예금은 
지난해 11월 말 43조9,000억원에서 
올해 11월 말 25조7,000억원으로 
18조2,000억원(41.5%) 급감했다.

반면
단기간에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으면서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예금에는 
고객들의 눈길이 쏠린다.

300만원 이하일 때 연 0.01%, 
300만원 초과일 때 2.4% 금리를 주는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마이심플 통장]은 
올해 2월 출시 이후 실적이 
2조5,000억원을 넘었다.

정기예금이면서도 
실제로는 만기 전에 
아무 때나 높은 금리로 돈을 찾을 수 있는 상품도 
인기를 끈다.

중도해지에도 연 2%대 금리가 적용되는 
국민은행 [업(UP) 정기예금]은 
지난해 11월 3조1,000억원이던 잔액이 
1년 만에 7조8,000억원으로 2
배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단기 상품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