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과 성공경영- 뉴데일리 박정규] ‘호랑이가 개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발톱과 어금니 때문이다(夫虎之所以能服 狗者瓜牙也)’

     

    마키아벨리와 한비자(韓非子). 서양의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통해 냉혹한 리더의 자질을 강조했다면, 동양에서는 한비자(B.C. 280-233)가 덕보다는 법과 제도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의 귀공자로 태어난 한비자는 천성적으로 말더듬이었으나, 사고가 깊고, 분석적인 두뇌로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꿰뚫는 안목을 갖고 있었다. 진시황제가 그의 저서를 읽고 감동해 진나라 관리로 임명했으나 중상모략으로 비명의 죽음을 당했다. 그라나 그의 법치이론은 진시황제에게 큰 영향을 끼쳐 천하통치의 이론적인 지주가 됐다.

     

    한비자가

  • ▲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 ⓒ
    ▲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 ⓒ

    죽은 뒤 그를 숭배하는 학자들이 그의 글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 <한비자>. 5510만여개의 문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내용상, 형식상으로 보면 직접 자술한 논문체 문장과 설화를 수록한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제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킨 한비자는 숱한 오해와 공격의 표적이 되었지만, 역사상 그만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제왕학과 정치사상을 제시한 인물은 없었다. 그는 인간의 이기심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간파한 다음 이를 통치학의 권술(權術)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한비자는 조직의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가, 스스로 지위를 지키려면 어떤 점을 숙지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한비자의 사상적 특징은 차가운 인간관위에서 논리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본인의 이익에 위배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게 한비자의 관점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 한비자는 그 동기가 애정도, 배려도 아닌 이익이라고 본다.

     

    수레를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들이 빨리 빨리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를 선인(善人), 후자를 악인(惡人)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레 장인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어야만 수레가 많이 팔릴 것이고, 관 장인은 사람들이 많이 죽어야 관이 팔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증오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죽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한비자는 군신관계도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부하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우선해 생각한다. 때로는 리더의 마음에 들어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고, 빈틈이 보이면 리더를 떠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한비자는 리더라는 지위에는 안심도, 빈틈도 허락되지 않는다고 인식했다.

     

    리더는 법(), (), () 세가지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한비자는 강조한다.

    ()은 신상필벌을 말한다. 공적을 세우면 그에 알맞은 보상을 해주고 실패하면 벌을 가한다는 취지를 확실히 명시해두고 그대로 실행하라는 것이다. ()은 법을 운용해 부하를 부리기 위한 노하우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게 아니라 리더의 가슴 속에 담아두고 비밀스럽게 신하를 조종하는 것을 말한다.

     

    ()는 권세, 권력이다. 부하가 리더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리더의 권세 때문이다. 따라서 권한의 이양을 너무 지나치게 하다가는 리더의 권위 자체가 무너져버린다는 것이다. 강한 세력으로 부하를 휘어잡아야 한다는게 한비자의 논리다.

     

    한비자는 이같은 덕목을 똑같이 갖춘 리더들이라도 부하들을 다루는 실력에 따라 상, , 하로 분류된다고 말한다.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이류 리더()는 다른 사람의 힘을 사용한다. 일류 리더()는 다른 사람의 지력(智力)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기업경영에 접목해도 손색이 없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각 대기업마다 글로벌시장에서 예기치 않게 터지는 변수들로 대격전을 치르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부하들의 지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CEO들이라면 회사를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데일리경제 박정규 대표이사 skyjk@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