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완화에 美도 가세… 韓도 금리인하 초읽기물가 안정세에 글로벌 금리인하 행렬로 '요건 충족' 판단높은 가계부채는 걸림돌… 정부 위기대응 능력 보여줄 시점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내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의 금리 인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집값 상승과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이 짓눌린 내수에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긴축 완화 여건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그동안 금리 인하에 뛰어들지 못했던 주요국들의 '동참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 대상으론 한국, 인도,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거론된다. 

    이미 유럽과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올 들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선제적 대응을 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역대 최고 수준이던 정책 금리를 0.25%p 낮추며 물가에서 고용으로 초점을 옮겼고, 영국은 8월에 기준 금리를 연 5.0%로 0.25%p 내린 바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지난 4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p 낮췄다. 스위스는 3월에 서방 국가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6월에 추가 조정을 했으며 이달 26일에도 인하가 유력하다. 인도네시아도 18일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이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물론 영국이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연 5%로 동결했고, 중국도 지난 20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는 상황이기도 하다. 주요국들이 내수 경기, 환율 등 자국 경제 상황에 따라 각자도생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선 통화정책 전환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결정에 이목이 크게 쏠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2.0%로 안정화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 차가 1.5%포인트로 좁혀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부담이 완화되면서 시장에선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위축 등 경기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점도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명분에 힘을 싣는다. 최근 우리나라 내수는 소비 부진을 중심으로 연이어 침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는 8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소매판매지수 자체도 100.6(2020=100)으로 나타나며 코로나19로 내수가 흔들렸던 2020년 7월(98.9)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소매판매지수에 음식점업을 포함한 소매판매지수(불변지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2.3%나 줄었다. 이는 1년4개월 연속 감소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 ▲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 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 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금리 인하 명분이 겹겹이 쌓이고 있으나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변수는 여전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한 달 만에 8조9115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실제로 한은은 물가안정과 함께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 안정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이를 금리 인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의결문을 통해 "최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어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통화 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물가도 경기부양도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책 효과가 반감될 뿐이고 경우에 따라 거시경제의 불안정성마저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경제 상황에선 금리 인하로 자칫 부동산 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급등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불확실성을 털어내 한은이 부담없이 긴축 완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와 기업 모두 높은 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국은 급등하는 가계부채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현시점이 경기 악화를 막을 새로운 기회인데 정부가 큰 부작용 없이 내수 침체 완화를 달성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아직 물가 안정세를 체감하기 어렵고 미국 등과 금리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조달 금리를 사용하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추후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