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조정단가 kWh당 5원 유지… 6분기째 동결한전 누적적자 200조원 훌쩍… "요금 정상화 필요"
  • ▲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촌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촌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이 동결된다. 지난해 2분기 인상 이후 6분기 연속 동결이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요금인상이 절실하지만 이례적인 폭염으로 서민의 냉방비 부담 등 외부변수가 많아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23일 연료비조정단가(요금)의 기준이 되는 4분기(10~12월) 최종 연료비조정요금을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최근의 단기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조정요금 계산 기준이 되는 것이 연료비조정단가다.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한다. 한전은 2022년 3분기부터 국제연료비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줄곧 최대치인 +5원을 반영해 왔다.

    이번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면서 한전의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 밑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안았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00억원가량 증가했다. 

    특히 한전이 이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전 부채(자회사 제외 별도기준)는 122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부채비율 전망 역시 154%에서 517%로 363%p(포인트)나 치솟았다. 7600억원으로 예상되던 이자비용도 전력설비 투자, 유지보수 재원 마련을 위한 차입이 늘면서 3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본격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추가로 단행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 역시 전기요금 현실화 차원의 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폭염이 지나가고 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장은 견딜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 대비하는 것이 옳다"며 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과 전력 당국은 전력 사용이 줄어드는 9월 말~10월 초가 인상의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지만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인상 시 2%대에 안착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전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2%대 물가 조기 안착을 위해 힘써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대로 떨어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근원물가)는 3년만에 1%대 상승폭을 보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전기요금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한 50% 인상이 됐다"면서 "이미 많이 인상했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금 부담의 정도가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