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관련 협상 진행 중”PC·서버용 반도체 등 사업 확장 가능미·중 반독점 심사 등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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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반도체 왕국’ 인텔이 인수합병(M&A) 먹잇감으로 추락했다. 전자제품에 인텔의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이른바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로 반도체 대명사로 불리던 기업이 인수자가 아닌 인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인텔의 추락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미국의 또 다른 유명 반도체 업체 퀄컴이 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퀄컴의 한 인사가 인텔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인텔이 퀄컴의 인수 제안에 응했는지, 제안 조건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텔은 기업 역사상 최고의 ‘카피’(광고 문구)로 꼽히는 ‘인텔 인사이드’가 보여주듯 수십 년 간 반도체의 대명사였고, 전 세계 시장을 군림했다. 퀄컴은 PC 및 노트북 CPU에서 인텔과 경쟁 관계다. 스마트폰용 칩을 애플에 공급한다. 만약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면 휴대폰 반도체에서 PC, 서버용 반도체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가 가능해진다. 

    퀄컴의 인수 제안은 인텔이 실적 부진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PC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모바일 반도체 수요를 놓친 데다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도 뒤처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미래를 보고 시작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현재 모바일 칩 분야는 암(Arm)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인공지능 칩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가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PC수요가 줄어들면서 인텔의 핵심 사업이던 서버용 CPU 부문도 경쟁사인 AMD에 밀릴 처지에 놓였다. 인텔의 올해 데이터센터 부문 예상 매출액은 126억달러로 AMD(129억달러)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연내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2030년 글로벌 시장 2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힌 지 고작 3년 만이다. 지지부진한 실적에 적자폭이 늘어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2021년 51억달러, 2022년 52억달러, 2023년 7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인텔은 뼈아픈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인텔은 2022년부터 수천 명을 해고하고 지난해 배당금을 삭감했다. 지난달에는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직원의 10%인 1만5000명을 해고하고, 비용을 100억달러 줄이겠다고 밝혔다. 배당금도 폐지한다. 최근에는 디자인과 파운드리를 보다 분리해 운영하고 일부 공장 구축은 보류하는 방안도 들고 나왔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퀄컴과 인텔 간 거래가 실제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CNBC 방송은 퀄컴과 인텔의 잠재적인 거래는 반독점 및 국가 보안 문제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이들 기업은 미국은 물론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한때 중국 기업 인수를 시도하다 무산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인수가 과거 당국에 제동이 걸렸던 점도 퀄컴의 인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2017년에는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나섰다가 미 당국에 의해 실패로 끝났고, 엔비디아는 2021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인수를 추진했다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해 제소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