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김승유 전 회장·김종준 행장 동시 징계'금융권 재취업 제한' 김종준 행장 거취는…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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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이 잇따르는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통보받으면서, 하나금융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 합병이 난항을 겪는 등 하나금융은 수난은 올들어 유난히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에게 4월은 이래저래 잔인한 달이다.
◇ 전직 회장과 현직 은행장, 사상 초유 동시 징계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 등에 대한 추가 검사를 끝내고 김 행장에게는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 김 전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상당의 경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당사자들에게 사전 통보했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당시 회장이었던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투자 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하는 등, 미래저축은행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김승유 전 회장도 하나캐피탈 부당 대출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을 일부 적발했다.
145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이 김 전 회장의 지시 없이 김종준 행장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지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다.◇ 카드 통합도 제자리 걸음…'되는 게 없네'
하나금융의 숙원 사업인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외환카드)의 통합 작업도 제자리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하나금융은 당초 지난달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외환은행과 카드를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외환카드를 분리한 후, 하나SK카드와 합치기 위한 이 방안은 결국 무기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통합 작업의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카드업계의 갑작스런 환경 변화다. 최근 불거진 국민·농협·롯데 등 카드 3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이다. 외환카드는 은행과 고객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전산도 분리됐으나, 당국은 여전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김 행장 거취 문제… 금융권 관심 집중
한 금융지주사에서 전직 회장과 현직 계열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시에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서, 김종준 행장의 거취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은 이미 회장 임기가 끝난 지 오래인데다, 최근 고문 자리에서도 물러나 바 있기 때문에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논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김종준 행장이다.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 퇴출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김 행장의 경우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아있기에 당장 사퇴를 택하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재취업이 제한되기에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남은 임기는 채우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과거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스스로 사임한 전례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김 전 회장과 김 행장이 이번에 받은 징계는 지극히 당연한 제재"라며 "여론 떠보기를 통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로비 등의 방법을 통해 징계가 가벼워지길 기다려선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행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금융지주사 및 은행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한 측근도 "현재로썬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행장은 2일 아침, 하나은행 본점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이 날 행적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사내 행사차 대전의 한 영업점에 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