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확정시 금융권 퇴출… 하나銀 엎친데 덮친 격
  • ▲ 김종준 하나은행이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 통보를 받게 됐다. ⓒ 연합뉴스
    ▲ 김종준 하나은행이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 통보를 받게 됐다. ⓒ 연합뉴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 통보를 받게 됐다.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김 행장은 사실상 금융권 퇴출 위기에 처하게 된다. 

KT ENS 협력업체의 1조8천억원대 대출 사기로 궁지에 몰린 하나금융은 전·현직 최고경영자마저 제재를 받게 됨에 따라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 등에 대한 추가 검사를 끝내고 김종준 행장에게는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 김승유 전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상당의 경징계를 본인에게 사전 통보했다.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 퇴출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김종준 행장과 김승유 전 회장의 소명을 듣고 징계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종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의혹이 금감원 조사 결과 일부 사실로 밝혀져 중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하나캐피탈은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했으나 60여억원의 피해를 봤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투자 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돕기 위해 하나캐피탈이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하나캐피탈의 무리한 투자 결정이 최고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제재 심의에서 김승유 전 회장은 제외하고 김종준 행장만 제재안건에 상정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하나캐피탈에 대한 재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금감원은 김승유 전 회장도 하나캐피탈 부당 대출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을 일부 적발했다.

145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이 김 전 회장의 지시 없이 김종준 행장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지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금감원이 직·간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재직 시 과도한 미술품을 구매한 점도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지적받았다.

은행이 4000여점의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다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미술품이 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하나은행은 650여개 지점에 2~3점가량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나머지 2000여점은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미술품을 대규모로 보유하게 된 것은 금융권 최고의 미술애호가였던 김승유 전 회장의 영향이 컸다. 김 전 회장은 재직 당시 자신을 '하나은행의 큐레이터'라고 자임했을 정도다. 

김 전 회장은 별다른 자문 실적도 없으면서 막대한 고문료를 받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KT ENS 협력업체들의 대기 사기 사건에 하나은행 직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어 하나금융은 최대 위기 국면을 맞게 됐다.

주거래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의 경우 KT ENS 협력업체에 1조1000여억원을 부실하게 대출해줬다가 16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은행에서 내부 적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이번 대출과 연관된 직원만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