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어장 이동으로 지체될수록 불리…잠정조업방식 재요청
  • ▲ 지난 6월30일 해양수산부 강준석 수산정책실장이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한·일 양국이 지난 25일 부터 사흘간 고위급 어업협상을 개최했으나 양국의 총 입어규모와 어획할당량, 조업조건 등 주요 의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6월30일 해양수산부 강준석 수산정책실장이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한·일 양국이 지난 25일 부터 사흘간 고위급 어업협상을 개최했으나 양국의 총 입어규모와 어획할당량, 조업조건 등 주요 의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2014 어기 한·일 어업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제9차 협상에 배수진을 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열릴 예정이던 제9차 협상이 일본의 사정으로 연기된 가운데 협상이 지연되면서 애초 우리나라가 선점했던 유리한 고지가 일본 측으로 넘어가는 형국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제9차 한·일 어업협상이 애초 3~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본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일본은 이달 초 오가사와라 제도 바다에 중국 어선이 몰려들면서 '보석 산호'라고 불리는 '붉은 산호'를 불법 채취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단속 계획을 추진하느라 협상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외교 경로를 통해 협상 날짜를 조정 중이다. 해수부는 이달 안에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가 이달 안에 재협상에 나서려는 것은 제13차 협상까지 갔던 2012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협상이 장기화하는 데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동중국해에 형성된 갈치 어장이 일본 대마도 동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갈치잡이 어선의 본격적인 일본 수역 내 조업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지금도 제주도 연안에서 갈치가 잡히지만, 채산성을 고려할 때 다음 달부터 일본 수역에서 본격적으로 잡히는 갈치가 가장 값어치가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번 어기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다.


    고등어 어장이 예년보다 한 달쯤 이른 8월 초부터 우리 수역으로 북상한 데다 일본 어선이 우리 수역에서 고등어를 주로 잡는 시기가 연말까지임을 고려할 때 일본 고등어잡이 어민의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협상은 일본이 고등어잡이용 어선의 증톤 문제 등 주요 쟁점에서 강경 태도를 고수하면서 장기화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제13차 협상까지 갔던 2012 협상에서 어기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정됐는데 일본은 이 협상을 '뼈 아픈 실패'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내 선망업계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이번 협상에서 요구를 관철하려고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갈치 어장 이동에 따라 앞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우리의 협상 여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양국 어민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므로 가능한 한 제9차 협상에서 결론을 낼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협상이 지체될수록 우리 어민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만큼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우선 대안으로 2012년 협상 때처럼 잠정조업방식을 도입해 협상 중에도 양국 어민은 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대가 워낙 심해 협상 타결 전 조업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 고등어잡이용 어선의 199톤급 증톤을 여전히 주장하는 가운데 조업금지수역을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도 조업금지구역 확대 카드로 맞불을 놓는 등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이번에 협상을 매듭지을 수 있게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