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등 예술단체장 투명 선정 제도 마련 시급
  • “유럽과 일본에서 오페라 주역가수로 활동하며 국제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는 등 현장 경험이 많아 세계 오페라 흐름 파악에 안목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초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H씨를 임명했다고 발표하면서 한씨가 ‘국제적인 음악인’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1개월 만에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 단장은 “카스텔란차 등 주로 작은 지역에서 야외 페스티벌이나 독창회 무대에 섰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데뷔했다”며 “오페라 제작 경험도 없고, 나는 세계적인 성악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 수장 자리에 걸맞게 ‘세계적인 인물’을 뽑았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동네 연주자’ 수준의 가수에 불과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과장해 봐야 샅샅이 검증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경력을 포장할 수도 없었을 터이다. 

     

    그의 말대로 문화부가 보도자료를 부풀려 발표했다면, 분명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문화부가 보도자료에서 H감독의 현직에 대해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로 재직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가 검찰 조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달라고 검찰해 고발해놓은 상태다.

     

    그의 지적 수준은 기자간담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력 부족 지적에 대해 “(전임자들도) 국립오페라단 기관장으로서 경력을 갖춘 분들이 몇 분 안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역대 오페라단장들 가운데는 오페라단 운영 경험이 없던 인물도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국내 음악계에서 정상급 음악인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페라단을 비상식적으로 운영해 음악인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등 H씨와 수준이 비슷한 인물이 한 명 있기는 했다. 이번처럼 임명 과정이 불투명해 ‘제2의 신정아’라는 닉네임을 달고 다녔던 A단장이었다.

     

    정권을 바꿔가며 문화부 산하 예술단체장의 낙하산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청와대나 문화부 어느 쪽도 제도를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화부의 공공기관장과 임의단체장 임명 절차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임의단체장은 추천인이나 추천단체, 구체적 선정기준 등이 없다. 해당과 과장이 추천 받은 인물을 검토해 장관이 선임한다. 별도 규정이 없어 임명 기준도 그 때, 그 때 다를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을 포함해 국립발레단과 국립극단, 현대무용단 등은 임의단체다. 

     

    거듭되는 논란에도 왜 청와대와 문화부는 제도 개선을 하지 않을까?

     

    청와대와 문화부가 마음대로 맘에 드는 인물을 시키면 되는데,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경우 예술단체장을 비서진의 청탁 자리로, 또 정치권과의 흥정카드로 쓰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11월 예술의 전당 IBK홀에서 열린 H씨 독창회(칼라스의 추억)에는 충청권 출신을 중심으로 한 쟁쟁한 정치인들이 대거 초청됐다고 한다.

     

    ‘충청권 출신 정치계 거물이 청와대를 통해 H씨를 국립오페라단장으로 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예술인들은 검찰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검찰이 상명대 특임교수 재임기간 문제를 수사하면서 이번 인사의 실체를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화 융성'을 4대 국정지표로 내세운 현 정부가 H씨 같은 수장들과 어떻게 문화를 융성시킬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뉴데일리경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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