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급여 기다리는 환자들 한숨 깊어져복지장관 "재정에 상당 영향" 부정적 견해급여 우선순위 논쟁 재점화 … 난임·한의 급여 확장도 우려고가 항암·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장벽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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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탈모 공약' 홍보물.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검토' 지시가 과거 대선 공약 논란을 다시 불러내며 건강보험 재정 부담 우려를 정면으로 자극하고 있다. 이미 건강보험 급여 확대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재정 상황에서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2030 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건보 적용이 확대되면 탈모약 복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재정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이 대통령 스스로도 당시 "탈모약 지원에는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의료계 역시 "건보 재정을 파탄 내는 모(毛)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결국 해당 공약은 이번 대선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요즘은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다시 지시했다.◆ 복지장관 "유전성 탈모 급여화, 재정 영향 상당할 것"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지 않았지만 17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유전적 탈모 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정 장관은 "취업이나 사회적 관계,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급여비 증가 등을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이 2026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또 보험료 수입에서 지출을 제외하고 적립해 둔 누적 준비금 역시 2030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 업무보고에서는 이러한 건보 재정 건전성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만약 탈모약 급여화가 추진되면 횟수 등 제한을 걸어도 재정 소요분이 막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1000억원이 거론된 바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치료 접근성이 높아져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이 대통령은 난임 치료에 대해서도 "(시험관 시술 외에) 다른 방법도 지원하고 있느냐"며 "개인적 선호가 있을 수 있는데 한의학에도 난임 관련 처방이 있는 것 같던데 보험 처리가 되느냐"고 질문했다.탈모·비만 치료제에 이어 난임 치료, 한의 급여까지 논의 범위가 확장될 경우 건보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급여 관리한다면서 탈모약 급여?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최근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 관리급여 도입과 심사 강화를 추진하며 '비급여 관리 강화'를 핵심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과잉 진료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비급여 영역을 급여·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하겠다는 취지지만 동시에 탈모 치료제처럼 대규모 수요가 예상되는 비급여 항목을 새롭게 급여 검토 대상으로 올리는 것은 정책 방향성 측면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비급여를 억제해 건보 재정 누수를 막겠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재정 부담이 큰 새로운 급여 수요를 창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의료계에서는 "비급여 파이를 줄이겠다는 정책과 또 다른 거대한 비급여 영역을 급여로 끌어들이겠다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재정 관리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결국 관리라는 명분 아래 재정 부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생명 달린 약은 대기 중인데" … 환자들 분노와 불안이 같은 상황에서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지연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한 암 환자는 "항암제에 따라 건강보험 지원이 안 돼 몇 차례 치료를 받다가 결국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해야 했다"며 "이런 환자가 전국에 수십만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급여가 될 날만 기다리며 버티는 환자들이 있는데 탈모부터 지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가 막히고 눈과 입이 다 막힌다"며 "도대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이게 정말 국민주권정부가 맞느냐"고 토로했다.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어 건보 재정은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선 순위를 잘 설정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생명의 마지막 희망으로 신약 급여화를 갈구하는 환자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