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렸지만 부동산경기 기대만 커져

  •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져 소비자들이 소비를 늦추면 실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어 기대인플레의 하락을 '디플레이션 경고등'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는 2.5%로 지난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다.

     

    중앙은행의 역할 중 하나는 물가가 일정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있으면 경제주체들은 소비를 늘리고, 그러면 총수요가 늘어 경제가 활력을 띨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 기대가 사라지면 1990년대 일본처럼 금리를 내려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기대인플레를 떠받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기준금리는 세 차례 인하돼 연 2.5%에서 1.75%가 됐지만 기대인플레는 2.8%에서 0.3%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기대인플레가 낮아진 측면이 있으나, 한은이 기대인플레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가 적정 물가상승률 밑으로 떨어지면 총수요 회복을 제약하고, 경제주체들의 가격·임금 설정 행태를 변화시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기 어렵게 된다"며 기대인플레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지난해 7월 이후 본격화된 국제유가 하락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시차를 두고 기대인플레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기대인플레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이 디플레 상황은 아니지만 우려가 점차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유가 하락이 실물경제 회복으로 연결돼야 디플레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소비심리도 뒷걸음질쳤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연초 효과를 타고 지난 1월 1포인트, 2월에도 1포인트 상승했던 CCSI는 두 달 만에 상승 행보를 멈췄다.

     

    이 지수는 2003∼2013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보다 수치가 크면 소비자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는 낙관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세부항목 가운데 가계수입전망(102→99)과 소비지출전망(109→106)으로 떨어져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장윤경 한은 통계조사팀 조사역은 "경기 회복세가 상당 기간 미약한 모습을 보이자 앞으로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졌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경기 전망인 향후경기전망CSI(87→88)와 현재경기판단CSI(71→72)는 각각 1포인트씩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오른 123으로, 역대 최고치(124)에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