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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 A]
부친께서 5년 전 돈 7억원을 B은행 계좌에 입금하신 바 있습니다.
그 후, 부친께서는 2년 전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무렵 해외에 파견나가 있던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명이 풀려 귀국하긴 했지만, 3년의 시간이 흐르곤 난 후였습니다.
어렵게 귀국한 저는 부친의 부고와 함께 또 다른 기막힌 소식을 접해야 했습니다. 계모와 이복동생이 이미 부친 계좌에 있던 돈에 대한 상속을 개시해 모두 찾아가 버렸다는 겁니다. 제 동의도 없이요.
은행이 상속예금을 지급할 때에는 반드시 모든 상속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7억원의 1/3.5인 2억원이 제 상속분입니다. B은행은 해당 금액을 제게 반환하기 바랍니다.[B은행]
상속인 전원의 청구가 없이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시 A씨는 행방불명돼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의 가족들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선처를 호소해왔습니다. 그 가족 중엔 A씨의 계모와 이복동생 외에 A씨의 처와 자녀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수 년 간 연락이 두절됐던 탓에 A씨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도저히 아니었고, A씨의 가족들도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에 해당 예금 지급이 이루어진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해설]
상속인 중 1명이 행방불명돼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고, 은행이 고객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예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사안에서는 은행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법 제1006조는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상속재산은 그 공유로 한다”고 돼 있고, 상속 재산의 협의 분할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다28299).
상속인 중 일부가 재산분할에 동의하지 않거나 행방불명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경우에는 법원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고요,실종자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를 얻어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종선고 후 5년이 지나면 사망으로 간주(민법 제27조)되므로, 실종자의 배우자 및 자녀들이 대습 상속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절차들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A씨의 지분을 포함한 예금 전액을 지급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설령 A씨의 상속분을 A씨의 처와 자녀에게 상속했을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이에 따라 은행은 A씨에게 2억원 상당의 금액을 책임져야 한다고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판단한 바 있습니다(1999.6.22., 제1999-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