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을 양성화한 '상호신용금고'가 모태… 2002년부터 '은행' 명칭 사용
-
-
-
-
▲ ⓒ 연합뉴스
“전화 한 통화면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 가능”
“저축은행인데?”
일부 저축은행에서 대부업체나 신용카드회사를 연상시키는 광고를 하면서 적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이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요즘은 은행도 저런 광고를 한단 말이야? 요즘 은행 힘들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사실 저축은행은 은행이 아닙니다. 일단 은행이라는 명칭이 붙어있고, 취급하는 업무도 은행과 유사하긴 합니다만, 분명히 은행은 아니에요. 은행법 제6조에도 저축은행은 은행법이 규정하는 은행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농수협 지역(단위)조합과 함께 ‘제2금융권’으로 분류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반 서민에게 은행 문턱은 낮지 않은 편입니다. 그 탓에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던 금융소비자들은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요, 그래서 70년대 초반까지 무진회사라는 이름의 사금융업자들이 성행했습니다.
이로 인한 서민 피해가 빈발하자 정부는 지난 1972년 8·3 긴급경제조치를 통해 이들 무진회사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게 됩니다. 이들에게 내 준 허가가 바로 ‘상호신용금고’입니다.
상호신용금고가 ‘은행’이란 단어를 쓰게 된 것은 2002년입니다. IMF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국내 은행들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정부는 서민금융기관을 양성하겠다며 ‘상호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해 준 것입니다. 동시에 회사의 대표에게 ‘상호저축은행장’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상호’라는 단어도 뺄 수 있게 되고, 상당수의 상호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됩니다.
현재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은행장’이나 ‘행장’이란 호칭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0월 저축은행중앙회 자율규제위원회가 이 같은 결의안을 채택했는데요.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행장’라는 호칭이 거론되면서 일반 시중은행장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고객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시중은행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합니다.
그 후 이 같은 호칭 대신 ‘대표’, ‘회장’ 등의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이 쪽 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시 매물로 나왔던 부실 저축은행을 일본계 자본 또는 대부업체들이 많이 인수했거든요.
일본계 업체는 한국이라는 새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대부업체는 제도권 금융에 진출함으로써 사세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노린 것이지요. 대부업체를 연상시키는 광고를 한 것도, 실제로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업체 광고의 '빠르게 대출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저축은행 광고에까지 그대로 활용한 셈이죠.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조금 더 비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소비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대신, 이자를 조금 더 받는 것이지요. 반대로 예금을 맡기는 고객에게도 시중은행보다 이자를 조금 더 주고 있습니다. 높은 이율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기 위한 의도이지요.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도 서민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쟁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