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 돌아가며 시스템 장애 일으켜고객 피해사실 입증 쉽지 않아 보상도 어려워…시스템 투자 절실
  •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 전산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마련 없이 땜질식 복구에만 급급해 언제든 또 다른 사고와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하나대투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전산장애로 인해 4시간여 동안 거래가 중단됐다.


    하나대투증권 HTS는 개장 전 시간 외 거래 때부터 주문에 차질을 빚은 뒤 개장 이후에도 전산 복구가 지연되며 주문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았다.


    당초 하나대투측은 오전 10시 이전까지는 시스템을 복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계획대로 복구작업이 진행되지 않으며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 이에 따라 하나대투증권 콜센터 서비스 역시 고객들의 빗발치는 문의로 서비스가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증권 HTS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가 문제를 일으켰다. 현대증권의 HTS와 MTS는 부분적인 오류와 서버 불안을 이어가다 오전 11시가 돼서야 정상화됐다.


    현대증권 HTS가 장애를 일으킨 날은 17년 만에 가격제한폭이 확대돼 거래를 시작한 첫날인 6월 15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김을 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접속 장애에 고객들의 불만 역시 폭주했다.


    특히 회사측에서는 가격제한폭 확대와 HTS 전산오류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변경과 관련해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과 KB투자증권 역시 각각 지난 3월과 4월에 잇따라 시스템 전산장애를 일으켜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KB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4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전산장애을 일으켰으며, 당시 코스닥시장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 활황의 정점을 찍고 있던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해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핵심기관인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 2013년과 2014년 잇따라 전산사고가 발생해 기관주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증권사 및 유관기관의 잦은 전산사고는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며, 특히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전산장애와 관련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규가 현재로서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산장애로 인한 매매 미체결 등에 따른 투자자의 손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민원 접수 절차 등을 거쳐 보상 여부를 증권사가 결정하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회사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단순 전산사고에 따른 배상 및 처벌 원칙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고객이 피해 보상을 원할 경우 당사자가 직접 피해사실을 입증해 민원을 제기한 후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산장애 시점에 고객이 매매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다. 때문에 고객의 불신과 분쟁수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해당 증권사 HTS에 접속을 시도한 기록 등을 근거로 손실 보상을 위한 소송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과거 전례를 봤을 때 시스템 장애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자보다는 기존 시스템에 땜질식 유지보수만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전산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스템의 안정성보다는 속도전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며 "인력과 시스템 투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