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원, 재벌총수 출동에 지역구 민원 제기 '눈살'
  • "한일 축구 어디 응원할 것입니까?"
    17일 오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이 신 회장을 향해 이같이 질문하면서다. 신 회장은 "지금도 열심히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야 의원들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따져보기 위해 신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지만 일부 의원은 지역구 민원을 제기하는 등 국정감사와는 관련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질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신 회장의 출석은 올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왔지만 여야 모두 결정적 한방을 찾지 못해 비슷한 질문만 오고 가는 물렁한 공방이 계속됐다. 신 회장은 올 연말까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내년 상반기 중 호텔롯데을 상장하겠다고 약속 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한 번 더 확인해달라", "다시 약속해주길 바란다"며 진전없는 질의를 이어갔다.

     

  • ▲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했다. ⓒ 국회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했다. ⓒ 국회사진공동취재단

     

    ◇ 신동빈의, 신동빈에 의한, 신동빈을 위한 국감

    신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53분께 벤츠를 타고 국회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에는 노란색 국회 방문증 단 채로 정무위 회의실에 입장했다.

    오후 2시 정각, 회의가 시작되자 신 회장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증인 선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헛기침을 하며 긴장을 달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국적 논란 등 '예상 질문'에는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답변에 임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롯데의 불공정거래 등을 따지고 들자 당황한 듯 말을 더듬기도 했다.

    지난 8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됐던 그의 '일본식 스피치'는 한결 편안해 졌다. 쏟아지는 의원들의 질문을 바로 듣고, 답변하는 데 별 무리가 없어보였다.

    신 회장은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의 "국민들과 롯데 직원들에게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 간의 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 ▲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했다. ⓒ 국회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했다. ⓒ 국회사진공동취재단



    초반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롯데의 '국적'에 집중됐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롯데가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한국 기업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한국 상법을 따르는 기업이고 세금도 한국에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왕자의 난이 끝났냐'는 질문에 "왕자의 난은 끝났다"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호텔롯데의 상장 때 차익이 15조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오자 "호텔롯데 상장시 30~40%는 신주발행으로 통해서 할 것"이라 했다.

    앞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롯데의 해외계열사 관련 중요자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일본에서 정보 공개와 관련해 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문제가 된다"고 해명했다.

    롯데백화점의 높은 특약매입 비중과 롯데홈쇼핑이 중소기업에 매기는 높은 수수료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 회장은 침착하게 "미진한 점이 많다 상장 과정에서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특히 지난 10년 간 공정위로부터 유통업계가 받은 부과금 중 롯데가 57%를 차지한다는 박병석 의원의 지적에 신 회장은 "대표이사와 임원들에게 법을 100% 지키라고 얘기하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광윤사 지분구조도 새롭게 드러났다.

    신 회장은 "제가 38.8%를 보유하고 있고, 형님(신동주 전 부회장)이 50%, 어머님이 10%, 나머진 회장님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장학재단이 0.08%정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재벌총수 출동에 지역구 민원 제기 '눈살'

    5대그룹 총수의 국정감사 출석에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신 회장에게 집중됐지만 일부 의원은 대기업 총수를 향해 자신의 지역 민원을 제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오늘은 롯데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새롭게 태어날 기회"라면서 "사회적 책무, 상생 고용 창출에 힘써줄 것을 다시 약속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회장이 "약속한다"고 답하자 신 의원은 "약속을 믿고 여쭙겠다. 인천 계양산에 롯데 골프장을 꼭 만들어야 하느냐"고 물었다.인천 계양구는 신학용 의원의 지역구로 국정감사장에서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질의를 벌이다가 자신의 지역 민원을 압박한 것이다.

    신 회장은 "저 개인적으로 골프를 작년에 그만뒀고 제가 땅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이 갖고 있어 약속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골프장으로서는 부적절한 곳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 의원의 황당한 질문은 계속됐다. 그는  "인천시민 85%가 반대하고 있는데 아버님 설득이 가능한가"라고 확답을 요구했다. 신 의원의 옆자리에 자리한 박병석 의원은 민망한 듯 멋쩍은 웃음만 보였다.

     

  • ▲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했다. ⓒ 국회사진공동취재단
    ▲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했다. ⓒ 국회사진공동취재단


    ◇ 김상민 "네이버 뉴스 자의적으로 편집"

    이밖에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뉴스 정보 유통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적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포털이 정보를 유리하게, 자의적으로 배치하는 일이 불공정행위가 아니냐"면서 "언제까지 검토할 것이냐"고 공정위원장을 압박했다.

    김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포털에 연합뉴스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알고리즘이 만든것이냐, 뉴스 배치자가 따로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네이버 윤영찬 이사는 "알고리즘도 있고 배치하는 사람도 20명 정도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내달 6일 정무위 종합감사에 이 의장의 증인 출석을 강력히 촉구하며 "본 위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네이버 이해진 의장을 증인 신청한 것은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70%를 웃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무차별적인 독점행위와 착취행위를 저질러온 네이버의 불공정행위를 온 국민을 대신해 감사하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네이버·다음카카오와 관련해 "점유율만 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며 "규모로는 대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남양유업이 1300억원 상당의 밀어내기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본죽과 피자헛 대표들이 출석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갑질 논란이 재점화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