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지지 아니지만 오너회사 한국투자·미래에셋證 '불가'노조 고용안정이 최우선, 우리사주조합 통한 자금모집 구상
  •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몸값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대우증권 노조(우리사주조합)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대우증권 인수 후보자들이 써낸 예비입찰가격이 2조원 안팎에서 머물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금액이 떨어진 것이다.


    후보군들의 인수 의지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인수전의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우증권 노조는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노조는 최대 3조원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으로 인수 후보군에서도 일찌감치 제외됐다. 하지만 최근 대우증권 인수가격이 2조원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다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짜기가 한창이다.


    최근 "인수전 판세가 한국투자증권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라는 내용을 담아 노조원들에게 발송한 이자용 노조위원장(우리사주조합장) 명의의 글도 이 위원장이 직접 보낸 것이라고 노조측이 확인했다.


    노조 측은 "확실한 근거를 갖고 한 것은 아니고, 협상진행을 앞두고 단합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라 노조원들에게 독려차 글을 돌렸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회사와 업무가 중복되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확실한 반대입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두 회사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국내 대형·글로벌 IB(투자은행) 탄생을 위해서는 대우증권을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를 통해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노조측은 오너가 있는 회사는 새 주인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피인수 이후 고용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오너 체제인 두 회사는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인수 이후 사측과 대립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조가 KB금융지주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한투·미래에셋)2곳이 확실히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한 곳인 KB금융이라는 것은 아니고 KB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직원들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하고, 무엇보다 우리사주조합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인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가격이 낮을 수록 노조측에는 호재라는 분위기다. 다만 산업은행이 마지노선을 얼마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관건으로, 최근의 분위기로는 유찰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만약 이번 인수전이 유찰로 끝날 경우 노조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측 역시 "가격대를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은 부족하지만 그 가격대(유찰)가 어느선인지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돌고 있는 예비입찰 가격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사실은 아니며, 여전히 대우증권은 매물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유찰보다는 적정 가격에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측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인수 주체자로서도 인수전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달 초 국민주 공모방식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직접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총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대우금융지주(가칭)를 설립한다.


    노조 측은 이후 지주회사의 지분 80%에 대해 현재 진행중인 공동인수자, 전략적 투자자 및 전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주 공모를 실시해 1조2000억원을 조달하고, 설립된 지주회사는 단기간 IPO(기업공개)를 통해 공모 참여자 및 기관에게 환금성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전 참여의 주 목적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이지만 인수전 자체도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가자는 것이 내부방침이라고 노조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