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대상자 중 90%가 희망퇴직 신청

  • 은행원들이 임금피크보다 희망퇴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하반기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 선택에 놓인 은행직원들이 90%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최근 기업은행은 임금피크 대상자 210명 중 188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이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한 이유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현행 55세에서 57세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2년 더 일할 수 있다는 기회가 생겼지만 급여 부분에서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만 57세 이상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지급될 총 급여는 195%이다.

    기존 기업은행의 임금피크제 총 지급률은 3급 기준(팀장급 이상) 5년 동안 총 260%로 65%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결국 목돈을 챙기려면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기업은행의 임금피크 대상자들은 미련없이 은행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에는 임금피크 대상의 194명 중 8명만 남고 186명이 나갔다. 2012년에도 164명 중 157명이 나갔으며 지난해에는 15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나이가 되면 기존의 직급과 직무를 내려놓고 다른 직무를 맡게 된다"며 "이 때문에 직무 만족도가 떨어져 결국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은행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농협은행 역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 총 350명이 신청했다. 이 중 임금피크 대상자는 293명으로 대부분 희망퇴직에 서명했다.

    2005년부터 임금피크를 시행해 온 우리은행의 경우 매년 200~250명의 임금피크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스스로 회사를 떠났으며 국민은행도 올해 상반기 임금피크 해당 직원을 포함해 희망퇴직으로 1122명이 나갔다.

    내년 임금피크 도입을 검토 중인 신한은행도 곧 희망퇴직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은행원들이 임금피크보다 희망퇴직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방은행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부산은행은 임금피크제와 유사한 '정년대기'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상자 85명이 은행을 떠났다.

    경남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현재까지 임금피크를 적용받으며 남은 직원은 2명에 불과하다.

    올해 임금피크제에 해당해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 은행 지점장은 "지점장으로 있다가 단순 서류 처리 하는 등의 부서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며 "이럴 때 차라리 목돈이라도 챙겨 나오는 게 나을 것 같아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