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캠코 등 3조원 투입국립종자원 등 3개만 재매각… 활용계획 세웠지만 용도변경과정서 난항 예상
-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사옥과 부지 등 종전부동산 매각률이 79.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물량의 절반이 넘는 52.6%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돌려막기 식으로 사들여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매입한 이들 종전부동산의 민간 재매각률은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6일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에 따르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은 총 120개로 대지면적은 총 742만1333㎡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매각된 부동산은 총 95개, 552만2728㎡로 79.2%의 매각률을 보인다. 매각가액은 17조2549억원에 해당한다. 아직 팔리지 않은 부동산은 25개, 189만8605㎡로 매각예정액은 2조196억원 상당이다.
그러나 전체 매각물량의 52.6%인 50개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이 예산을 투입해 사들여 민간 매각률은 엄밀히 말해 37.5%에 그친다. 정부와 공기업 등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쓴 예산은 4조566억원에 이른다.
매수자 현황을 보면 중앙정부 8개, 지자체 12개, 매입 공공기관 23개, 공기업 5개, 민간 45개 등이다. 매입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3개)와 한국농어촌공사(13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7개)를 말한다. 이들 3개 기관이 종전부동산 매입에 쓴 예산은 2조9908억원이다.
LH가 사들인 종전부동산이 3개에 그치는 것은 LH 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LH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현재 136조686억원에 달한다. 덕분에 농어촌공사가 13개로 가장 많은 부지를 매입했다. 농어촌공사의 지난해 1분기 기준 부채는 7조6247억원 규모다.
이들 매입 공공기관은 사들인 종전부동산을 민간(실수요자)에 재매각하는 조건으로 부지를 사들였다. 국토부는 종전부동산을 상업용지와 아파트 단지 등으로 개발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들이 수도권에 있는 종전부동산을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지로 개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재매각률은 13%로 저조한 실적이다. 경북에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국립종자원, 제주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대지가 팔렸을 뿐이다.
국토부는 매입 공공기관이 지난해 7월까지 인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부지를 제외한 22개 매입 종전부동산에 대해 활용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6개 부지는 현 상태대로 재매각하고 나머지는 용도변경을 거쳐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아파트나 의료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게 현재의 농지·녹지 등을 용도 변경하려면 지자체와 협의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점이다.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자체장과 용도변경에 합의해도 관련 행정절차를 밟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종전부동산 활용은 제자리걸음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지별 활용계획은 세웠지만, 구체적인 도시관리계획은 완벽하게 수립된 게 아니어서 앞으로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재매각과 관련해) 부동산시장을 전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