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갱신계약 만기…'5%' 묶였던 전셋값 수직상승 가능성4년간 전세 묶이며 매물 감소 부작용…서민 주거불안 부채질전세 보증사고 규모도 올 들어 2조 육박…年 사고액 '사상 최대' 전망매물 부족-전셋값 폭등-주거불안 '트리플 악재'에 폐지여론 또다시 고개
  • ▲ 서울시내 빌라 밀집 지역. 240121 ⓒ연합뉴스
    ▲ 서울시내 빌라 밀집 지역. 240121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임대차 2법'이 전세대란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8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2+2' 전세계약만기 도래시 고공행진 중인 전셋값이 또 한 번 수직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2주째 오른 데다 전세 보증사고 규모도 넉 달 만에 2조원에 육박했다. 시장에서는 전세대란으로 인한 주거불안정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임대차시장 불안정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셋값을 부채질하는 핵심요인으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지목된다.

    2020년 7월 시행된 이들 법안은 기존 2년에 2년을 더해 최대 4년간 전세갱신청구권을 의무화하고 재계약시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5% 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도입 전부터 4년 뒤 전세계약 만료시기가 도래하면 △매물 부족 △전셋값 폭등 △무주택자 주거불안 등 '트리플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지만, 당시 정부는 법 시행을 밀어붙였다.

    도입 후 4년이 지난 현재 당시 우려됐던 문제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8월이 되면 갱신권 사용 후 4년을 채운 전세계약들이 일제히 만료된다. 이 경우 임대인들은 그동안 전월세상한제에 묶였던 전세금을 대폭 인상해 새 임차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한 번 전세계약을 체결하면 가격인상률이 4년간 5%로 제한되기 때문에 해당 기간 인상분을 미리 올려받으려는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4년 계약만기 전세매물은 서울에서만 5만4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임대차 2법은 4년간 전세가 묶이면서 전세매물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17일 기준 3만7107건으로, 법이 시행된 2020년 8월 3만7107건 대비 21.1% 감소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전셋값마저 폭등하면 전세대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도입된 법안이 되려 서민층의 고통만 키우고 있는 꼴이다.

    실제 임대차 2법 시행 후 향후 4년간 전세금을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한 임대인들이 4년치 보증금을 높여 받으면서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전셋값이 급등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 2법 시행이 예고된 7월부터 매월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20년에는 12.2%, 2021년에는 11.9% 뛰었다. 전국 기준으로도 2020년 7.52%, 2021년은 12.0% 상승률을 나타냈다.

    갱신계약 전셋값은 상승폭이 5%로 묶였지만, 신규는 크게 뛰어 같은 단지 내 이중가격이 형성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관리비를 대폭 올려 전셋값 인상분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꼼수도 횡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대란 등 각종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대차 2법 시행을 강행했고 예견됐던 전셋값 폭등, 매물 부족 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은 횡재세에 이은 또 한 번의 반시장정책으로 서민층 주거불안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 빌라. 사진=정상윤 기자
    ▲ 빌라. 사진=정상윤 기자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내어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도 올 들어 2조원에 육박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모두 1조906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30억원보다 76.0% 증가한 규모로, 연간 사고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규모(4조3347억원)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받은 HUG가 올 들어 4월까지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이다. 전년동기 8124억원보다 55.7% 늘어났다.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보증규모가 커지면서 HUG의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이 10%대를 맴돌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58%였던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액 연간 회수율(당해연도 회수금/대위변제 금액)은 2022년 말 24%, 지난해 말 14.3%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2%다. 전세금 8842억원을 대신 돌려주고 1521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HUG 측은 "경매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위변제 이후 채권회수까지 통상 2∼3년가량 소요된다"며 "최근 대위변제가 급증하는 추세라 당해연도 회수율이 10%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대차 2법 폐지여론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임대차 2법과 관련해 폐지 방향으로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출범을 앞둔 22대 국회에서 야당을 상대로 입법 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