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정한 의사결정기구 구성 등 예산 편성과정·집행절차 개선 요구
  • 보험협회의 '방만 경영'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모두 각종 예산의 편성과정과 집행내역 등이 임의적이고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특히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지급받는 퇴직공로금과 관련한 관행도 개선할 것을 처음으로 요구받았다. 그동안 생·손보협회는 임기가 끝난 임원급 인사들에게 퇴직금 외에도 별도로 전별금을 수억원씩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도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금감원 "전별금 등 퇴직금 산정 및 지급절차 개선하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보험협회는 회원총회나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기구 결의를 통해 임원의 보수를 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의적으로 보수를 지급했다.

    생보협회는 지난 2013년 '퇴직금지급규정'을 협회장 전결로 개정, 과거에 지급했던 전별금 대신 공로금을 퇴직금과 함께 주기로 했다. 이 규정개정안 덕에 이듬해 퇴임한 김규복 전 생보협회장은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고 퇴직금의 3.5배수에 달하는 4억2200만원을 수령했다.

    이전에 재임했던 이우철 전 회장(2008~2011년)의 경우 퇴직금과 별도로 3억5000여만원의 전별금을 챙겼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생보협회장을 지낸 남궁훈 전 회장도 별도로 2억2000여만원을 전별금으로 받았다. 생보협회는 또 협회장 외에도 부회장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2~3억원의 전별금을 지급했다. 퇴직금지급규정 개정으로 사실상 '전별금'이 '공로금'으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 또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신설된 생보협회의 보상위원회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 구성인원이 비상임이사(협회장과 9개 정회원사 대표이사)로 구성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다른 유관기관인 금융투자협회는 보상위원회를 협회의 비상근부회장 중 1인, 회원이사 2인, 공익이사 3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외환위기 당시 폐지됐던 퇴직금 누진제를 생보협회가 다시 부활시킬 것이란 소식도 전해진다.

    손보협회는 더욱 심각했다. 손보협회는 보상위원회 등의 의사결정기구가 없는 채로 근속기간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공로금도 별도의 성과평가 없이 직급별로 설정한 정률(150~250%)에 따라 가산토록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2013년 동안 손보협회장을 지냈던 문재우 전 회장과 2007~2010년 재임한 이상용 전 회장은 2~3억원의 전별금을 별도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 검사2팀 최원우 팀장은 "지급 규모를 두고 과다함의 기준을 감독당국이 인위적으로 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양 보험협회의 경우 다른 금융 유관기관인 은행연합회나 금융투자협회 등에 비해 공정치 못한 부분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은 주는데…" 보험사 분담금 부담 가중

    문제는 이처럼 '억'소리 나는 협회 임원들의 전별금을 모두 회원사들이 분담하고 있는 구조다. 보험협회는 회원사들의 회비와 수수료, 제재금 등으로 운영된다.

    앞서 언급한 전별금도 협회가 퇴임 임원에게 우선 지급하면 회원사별로 분담액을 다시 채워넣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험협회는 '기관 운영비를 부담하는 회원사의 결정에 따라 공로가 있는 기관장 등에게 추가로 공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협회 규정을 내세워 분담금을 걷는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 유관기관에 회비를 납부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회원사들이 납부된 회비와 사용내역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정확한 '인 풋(In Put)'을 모르니 사용내역 또한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용정보집중기관까지 설립으로 보험사들의 유관기관 분담금 부담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현 상황에서 이같은 방만 경영 논란은 업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협회에 납부하는 회비의 경우 회원사들의 매출액 규모 대비로 산정되고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며 "다른 회원사들이 어느 정도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이다 보니 개별 회사들처럼 간혹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경우도 종종 발생해 연중에도 (협회로부터) 공문이 날아올 때도 있지만, 최근 저금리와 장기 불황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어서 다른 회원사들 눈치를 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최근 양 협회에 개선을 주문한 만큼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보험협회의 방만경영은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라면서 "법률적 강제성이 없지만 경영유의 조치는 6개월 후, 개선사항은 3개월 후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금융당국에 경과보고를 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