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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고가 경품 제공을 대표적인 과당·혼탁 경쟁 사례 지적으로 증권업계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를 위해 은행권이 자금력을 앞세워 자동차나 골드바 등 고가 경품을 걸고 고객유치에 나선 반면 증권사들은 마케팅에 한계를 보여온 상황에서 내실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 도입 점검 회의에서 "경품 행사 등 일회성 이벤트보다 내실 있는 상품 설계와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는 등 건전한 수익률 경쟁이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금융사들의 경품 경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또 "무엇보다 강조할 사항은 불완전 판매 문제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과거 금융업계는 신탁과 일임업을 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품에 편중되게 투자해 고객 재산을 보호하는 데 소홀했던 사례가 있었고, ISA는 어렵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고객 편에서 제대로 운영해 신뢰받는 금융 상품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결고했다.
이날 회의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주요 증권사 및 시중은행 CEO들이 참석해 임 위원장의 경고를 직접 들었던 만큼 ISA 고객유치를 위한 과당·혼탁 경쟁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고가 경품 제공에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은행권에 비해 실탄이 부족한 증권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현재 증권업계는 최고 5%대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의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유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반면 고가 경품 이벤트를 내세운 과당경쟁 구도가 진정되면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증권사들도 해볼만 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의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ISA로 큰 자금 이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고객을 붙잡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유치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고가 경품을 내리고 나면 비로소 공정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경품 당첨을 기대하고 사전 예약을 한 고객과는 약속을 깨는 셈이어서 새로운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 차원에서 스스로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겠지만, 자동차 같은 고가 경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경품도 논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