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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사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은행연합회는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사용자협의회 회의를 열고 2016년 산별교섭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만 벌써 4번째, 지난 3차 회의에서 7개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예고한 만큼 결국 이번 회의에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이 협의회 탈퇴를 공식화했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부의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재의 산별교섭 형태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기한 내 이뤄지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노동조합과 개별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해야 직원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다”며 “기한 내 도입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만큼 언제까지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간 교섭을 통해 타결되길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공기업은 각 기관별로 임금 및 직무체계, 성과연봉제 운영 상황, 노조와 협상 진행상황 등 처한 여건이 금융공기업 간에도 다를 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같은 일반 금융회사와도 큰 차이가 있어 산별교섭을 통한 공동 논의는 비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도 사실상 임단협 교섭에는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도 임단협의 노측 교섭권은 여전히 단일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있다”며 “금융노조가 교섭권을 지부에 위임하지 않는 이상 금융노조를 배제하고 개별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오히려 금융노조는 금융공기업 사용자협의회 탈퇴 선언이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했다.
금노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기업 임원들을 소집해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종용했다”며 “헌법에 따라 노사 간의 자율교섭에 의해 결정돼야 할 근로조건이 정부의 개입으로 엉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2016년도 산별교섭 요구안을 서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의 요구안은 임금동결,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 4가지 안건이다.
반면 노측의 요구안은 △임금 4.4% 인상 △개인성과 차등 임금제도 금지 △국책공기업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 금지 △직원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 시 노사 합의 △신입직원에 대한 근로조건 차별 금지 △성과평가를 이유로 해고 등 징벌 금지 등을 담았다.
양 측은 오는 4월 7일 처음으로 테이블에 앉아 올해 임단협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