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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3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 박물관 옥상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게서, 풍력발전단지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 혁신계를 대표하는 이들은 경기도와 제주도 도정을 책임진 도지사라는 직분을 잊은 듯, 연일 인화력 높은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청와대는 물론 국회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수도이전론에 다시 불을 당겼다. 원희룡 지사 역시 국방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DD) 국내 배치를 결정한 직후, SNS를 통해 한미관계 및 한중관계와 관련해 조언을 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년 전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중치무대를 휴업한 두 사람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약 1년 6개월 정도 앞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대국민 인지도와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조금 이른 대권레이스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8일 김종인 대표와 만나, 개헌 및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두 사람의 만남 사실을 기자들에게 확인해 주면서, “두 사람이 독일의 연정 사례를 주제로 환담하면서, 개헌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도 공통분모가 도출됐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구체적으로 독일의 연정 사례를 언급하면서, ‘협치’와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남경필 지사가 묻고 김종인 대표가 답하는 형태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남경필 지사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과 행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뒤, 국토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수도이전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폈고, 김종인 대표는 남지사의 발언에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수도권 집중은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고, 국가(행정)의 효율성을 현저하게 떨어트리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화답했다.
경기도 차원에서 여야 연립정부를 구성한 남경필 지사가 특유의 연정론을 앞세워, 수도이전이란 아젠더 설정을 선점했다면, 원희룡 지사는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행정부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원희룡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배치에 따른 외교안보적 전망을 올렸다.
이날 원 지사는 “사드배치로 한미동맹은 강화되겠지만 한중관계는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지사는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는 한미동맹에 따라, 한국 내 배치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국의 제안에 의한 현상변경인 만큼,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의 틀 안에서,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에 앞서, 중국과의 대화, 중국의 영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